아워홈이 500억원을 조달했습니다. 만기는 3년으로 통상 90일짜리가 많은 기업어음(CP) 시장에서 흔치 않은 일이지요. 회사는 올해 들어 단기증권의 만기를 6개월~1년 이상으로 늘려 자금을 조달하고 있습니다. 업황이 악화되면서 안정적인 차입구조를 구축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아워홈은 2000년 LG(003550)유통의 푸드서비스 사업부문이 분할돼 설립됐습니다. 식재유통과 단체급식, 외식, 식품제조 등이 주력 사업이지요. 구본성 및 특수관계자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업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안정성이 우수한 회사지요. 다만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외식산업 수요가 위축되면서 실적이 부진해진 상황입니다. 최근 몇년 간 마곡지구 연구소 건립 등 투자자금 소요까지 있어 차입규모가 계속 확대되고 있습니다. 2017년 말 기준 278억원이던 총차입금은 지난해 말 3,232억원으로 급증했습니다.(1,500억원 규모 금융리스 포함)
구본성 부회장이 인수한 기내식 서비스 업체 ‘하코(HACOR)’의 영업부진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회사는 2018년 당시 978억원을 들여 한진중공업홀딩스로부터 하코 지분 100%를 매입했습니다. 지난해 매출 168.5%, 순이익 284.7% 상승하는데 큰 기여를 했지요. 그러나 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여객수요가 급감하면서 수익성이 뚝 떨어진 상황입니다.
아워홈 뿐만 아니라 최근 단기금융시장에서 만기 2~3년짜리 장기 CP를 발행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전날에는 롯데하이마트(071840)가 2년 만기 CP 1,000억원어치를 발행한다고 공시했습니다. 호텔롯데와 롯데쇼핑(023530) 등도 앞서 각각 3,000억원(2.5년물), 2,000억원(3년물)을 조달했지요. 이밖에 유동성 확보가 꾸준히 필요한 증권사들도 만기를 늘리는 추세입니다. 전날에도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이 1년 만기 CP를 발행했습니다.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 발행 리스크가 큰 상황에서 단기금융시장을 회사채 대체제로 찾은 것으로 보입니다. 회사채의 경우 발행 전 시장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 절차를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회사에 대한 시장의 평판이 드러나기 때문이지요. 보수적인 채권투자자들 특성상 기업의 신용 리스크는 향후에도 영향을 크게 미칠 수 있습니다.
최근 CP시장 금리가 안정세로 접어든 것도 발행에 우호적인 상황입니다. 지난 3월 한때 2.23%까지 상승했던 A1등급 CP 평균금리는 정부의 자금 지원 이후 꾸준히 떨어져 1.46%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민경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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