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들이 자발적으로 배송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표준계약서에 ‘물량축소 요청제’ 조항을 반영하기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그동안 집배점과 구두 협의하던 관행을 제도화한 것이다. CJ대한통운은 물량축소 요청제가 도입되면 택배기사들이 자발적 선택을 통해 배송 물량을 줄이는 대신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량축소 요청제에 따라 택배기사가 집배점에 배송물량 축소를 요청할 경우 집배점은 인접 구역 등의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택배기사와 합의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택배기사가 배송물량 축소를 요청하지 않을 경우 물량은 전체 택배시장의 성장에 따라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택배기사 입장에서는 작업 시간 증가에 따른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수입을 증가시키고자 할 때 배송물량을 그대로 유지하면 되고, 반대로 수입이 일부분 줄더라도 배송시간을 줄이고 싶을 경우 배송물량 축소 요청을 하면 된다. 주 52시간 이내에서 정해진 급여만 받고 일하는 일반적인 근로자와 달리 수입과 배송물량을 연동할 수 있는 개인사업자의 특성이 반영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택배기사는 별도의 배송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거나 상품인수, 배송 등의 작업을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어 자신에게 배당된 배송물량을 줄이지 않은 채 작업 시간을 줄일 수도 있다. 배송물량을 줄이는 것보다 작업을 분담할 수 있는 인력을 고용할 경우 수입 감소 폭은 적고 작업 효율은 더 높아지는 장점이 있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택배기사의 20%가량이 가족과 함께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고용한 경우도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현장에서만 존재하던 관행을 표준계약서에 도입해 택배기사들이 절차에 따라 배송물량 축소를 요청할 수 있게 됐다”며 “집배점장에게는 안정적인 경영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 건강관리 체계를 재점검하는 용역도 8월부터 시작한다. 택배기사 작업시간과 환경 등에 대한 현장실사를 비롯해 체계적으로 개개인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이를 토대로 연말까지 보완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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