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파이낸셜이 자사 쇼핑 플랫폼에 입점한 중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올해 하반기 대출 서비스를 선보인다. 미래에셋캐피탈과 손잡고 시중은행 수준의 대출금리와 높은 한도로 대출해주겠다는 것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이 금융사와 좋은 협력 파트너가 되고 싶다고 했지만 금융사업을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금융권과의 갈등은 불가피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파이낸셜은 28일 서울 강남구 네이버파트너스퀘어 역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SME 대출(가칭)’ 출시 계획을 밝혔다.★본지 6월22일자 1·3면 참조★
이 대출 상품은 네이버쇼핑 플랫폼에서 일정 기간 일정 금액 이상의 매출을 낸 판매자를 대상으로 한다. 현재 네이버쇼핑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판매자의 67%는 20~30대다. 이들의 대부분은 창업한 지 1년이 채 안 되고 오프라인 매장이 없다. 대출시 연체가 발생할 확률도 일반 개인보다 3.6배 높다. 이 때문에 기존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렵거나 고금리에 소액만 가능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이 같은 신파일러(금융이력부족자)를 대상으로 미래에셋캐피탈과 제휴해 기존 은행권 수준의 금리와 높은 한도의 대출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네이버파이낸셜은 자체 신용평가시스템도 개발했다. 기존 신용평가회사(CB)가 가진 금융 데이터에 매출 흐름, 단골고객 비중, 구매고객 리뷰 등을 분석해 판매자의 신용도를 새롭게 평가했다. 데이터랩의 김유원 박사는 “네이버쇼핑 사업자 중 CB사에서 1등급을 받은 사람이 10만명이라고 하면 네이버의 대안신용평가시스템에서는 18만명이 1등급에 해당 된다”며 “더 많은 사업자에게 더 좋은 조건으로 금융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네이버가 미래에셋과 손잡고 대출까지 본격화하면서 기존 금융권과의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카드사·보험사 등에서는 모두 한목소리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네이버파이낸셜은 기존 금융사업의 수익 모델을 침범하지 않는다며 대립보다 협력을 강조했다.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당장 후불 결제 사업을 하는 카드사들이 (네이버의 관련 서비스 진출에) 민감하게 생각하는데 사실 신용카드사들은 결제보다는 리볼빙·할부 서비스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우리가 하려는 것은 기존 금융사들이 제공하지 않던 신파일러들을 대상으로 혁신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개방 범위를 놓고 금융사들이 불공정성을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현금 서비스 사용 내역이나 리젝트(거부) 여부 등 신용카드사에서 내놓지 않는 정보가 더 많다”며 “네이버쇼핑 관련 온라인 소비 트렌드를 파악하고 새로운 상품을 추천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데이터를 공개하려고 한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주장에도 네이버파이낸셜을 바라보는 금융사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디지털금융종합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이전보다 빅테크 업체와 금융사 간 불공정한 규제가 일부 해소됐지만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네이버에 종속될까 우려하는 분위기는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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