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일 산업은행이 차입금 900억원의 만기를 연장해 줘 발등의 불을 끈 쌍용자동차에 한 달 만에 다시 ‘8월 위기설’이 고조되고 있다. 상반기 차 판매량이 지난해에 비해 약 28% 급감했고 신규 투자자를 찾는 데도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산은은 이례적으로 “쌍용차가 8월 유동성 부족이 일어날 수 있다”며 관리종목 지정 가능성도 거론하고 나섰다.
우선 쌍용차는 경영상으로나 재무적으로나 심각한 상황이다. 산은이 지난달 2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업무현황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누적 판매 실적이 4만9,38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6만8,189대)에 비해 27.6% 감소했다. 쌍용차는 지난달 31일 티볼리 ‘리미티드 에디션’ 1,000대가 완판됨에 따라 추가로 1,000대를 판매하겠다고 했지만 전체 차 판매량은 전년에 비해 많이 줄어든 상황이다. 산은은 “신차가 없는데 따른 경쟁력 저하로 판매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며 “최근 수년간 수출물량 감소 및 내수시장 경쟁 심화에 따른 비용 증가로 손실이 누적돼 경영부실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2011년 인도 마힌드라의 인수 이후 2016년을 제외하고 지속적인 적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 급격한 손익 및 재무구조 악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 쌍용차의 당기순이익은 2015년 619억원 적자에서 2016년 581억원 흑자로 돌아섰지만 2017년 다시 658억원 적자, 2018년 61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는 적자 규모가 3,414억원으로 더 불어났고 올해는 1·4분기에만 1,935억원 적자였다.
앞날도 녹록지 않다. 산은은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이 6월 말부터 70%에서 30%로 축소되고 비수기 진입으로 7월 이후 차 판매량 감소가 예상돼 8월 중 유동성 부족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강조했다. 상반기에 그나마 개소세 인하 정책으로 사람들이 차량을 구매했지만, 7월 이후에는 인하 폭이 줄면서 차 판매량도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차량을 살 계획이 있는 사람들이 개별소비세 혜택을 보기 위해 상반기에 앞당겨서 차를 구매한 점도 쌍용차에게는 안 좋은 소식이다.
이에 따라 산은은 쌍용차가 관리종목에 지정될 가능성도 거론했다. 산은은 “삼정회계법인은 5월 15일 쌍용차의 계속기업으로서 존속에 의문을 제기하고 1·4분기 재무제표에 대한 검토의견 거절을 표명했다”며 “반기까지 의견거절이 지속될 경우 관리종목 지정 요건에 해당한다”고 적었다. 쌍용차의 상반기 회계감사 보고서는 이달 중순 나올 것으로 보인다. 관리종목이란 상장법인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유동성을 갖추지 못했거나 영업실적 악화 등으로 부실이 심화된 종목으로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할 우려가 있는 것을 말한다. 2년 연속 감사보고서 상 감사의견이 감사범위 제한 한정인 경우 상장폐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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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은 쌍용차의 자동차 판매량, 자금수지 등을 매일 보고받으며 회사 유동성 모니터링에 돌입했다. 산은은 “판매량, 자금수지 관리 및 일일보고를 통해 회사 유동성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마힌드라에 쌍용차 경영정상화를 위한 역할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쌍용차 8월 위기설이 대두되고 있다. 쌍용차는 매달 돌아오는 어음이 1,500억원에 달하고 이번 달에는 JP모건의 대출 만기도 돌아온다. 3월 말 기준 쌍용차가 1년 이내에 갚아야 할 차입금은 3,899억원이다. 산은 900억원에 JP모건 899억9,997만원, BNP파리바 470억원, 뱅크오브아메리카(BOA) 299억9,997만원, 한국씨티은행 약 210억원, 우리은행 150억원, 국민은행 87억5,000만원 등이다.
현재 쌍용차는 새 투자자 물색에 나서고 있다. 중국 지리자동차·비야디(BYD) 및 중국 5대 완성차 업체 중 한 곳인 체리자동차 등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높은 부채비율 등 좋지 않은 경영실적, 신차 부재, 글로벌 자동차 수요 둔화 등이 걸림돌이다.
40조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으로 지원을 받는 것도 여의치 않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에서 쌍용차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부터 상황이 좋지 않은 기업이기 때문에 기안기금 지원 대상은 아니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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