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매물이요. 0건입니다. 물건이 없어요.” (대치동 인근 공인)
“수요가 많은 30평대는 전세로 들어오려는 대기자가 줄을 섰는데 매물이 없다보니 다들 하염없이 기다리고만 있습니다.” (목동 인근 공인)
임대차3법 시행 이후 ‘전세 소멸’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4,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에서까지도 전세 매물이 아예 자취를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임차인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법안의 입법이 본격화되면서 오히려 전세 매물의 씨가 마르고, 그나마 시장에 나와 있는 물건들의 가격이 많게는 수 억 원 뛰며 임차인들의 거주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전세 매물은 ‘0’건이다. 연식이 오래되기는 했지만 대치동 학원가와 가깝고 인근 단지에 비해 전세가 저렴해 은마아파트의 전세 거래는 지금껏 활발히 이뤄져 왔다. 지난 6월만 해도 은마아파트에서는 43건이, 5월에는 40건의 전세 거래가 체결된 바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전세 매물이 한 건도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전세 물건이 없어 세입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전세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부동산에 찾아왔다가 실망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보통 학기를 앞둔 방학 중 전세 거래가 많이 이뤄져왔는데 최근 계약된 건이 없다”고 설명했다.
9,500가구 규모의 송파구 가락동의 헬리오시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단지 인근의 H 공인 관계자는 “전세 매물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손가락에 꼽을 만큼 몇 건 안된다”고 말했다. 신축 대단지 아파트가 몰려있는 강동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3,600가구에 달하는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의 전세 매물도 5건 내외다. 물건이 귀하다 보니 시장에 매물이 나오자마자 계약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재건축 단지들의 전세 매물은 더욱 귀해졌다. 임대차3법 뿐 아니라 지난 6.17 대책에 ‘투기과열지구에서 재건축 분양권을 받기 위해서는 2년간 실거주를 해야 한다’는 조건이 포함되면서 임차인을 내보내고 집에 들어오려는 집주인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집주인이 임차인에게 ‘실거주하러 들어올테니 집을 비워달라’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보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목동6단지의 재건축 안전진단 적정성 검토 통과로 재건축 청신호가 켜진 양천구 목동 일대 단지도 이 같은 이유로 전세 매물이 줄었다. 인근 공인 관계자는 “임대차3법에 재건축 실거주도 걸려있어서 더더욱 전세가 없다”며 “어떤 집주인들은 임차인을 들여 복잡해지느니 차라리 빈 집으로 놔두겠다고도 한다”고 말했다.
전세 매물 품귀현상으로 전세 거래 자체가 줄어들다 보니 문을 닫은 공인중개업소도 늘어났다. 송파구 잠실동 일대는 지난 대책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매매 거래가 급감한 바 있는 데 이어 임대차3법으로 전세거래도 감소하면서 거래가 얼어붙었다는 설명이다. 인근 공인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제로 매매거래도 줄었고 지금은 전세 거래도 없어서 주변 부동산들이 불을 끄고 문을 닫고 있다”며 “간혹 오는 상담문의도 매매나 전세거래가 아닌 증여에 관한 내용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