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84) 전 한국은행 총재가 3일 모교인 전북 김제 백석초등학교에 장학금 10억원을 기부했다. 박 전 총재의 기부는 최소한의 생활비만 남기고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어서 사회에 귀감이 되고 있다.
이번에 기부하는 10억원의 장학기금은 하나은행의 신탁자산이다. 이 자산은 KB금융지주의 조건부자본증권(은행영구채권)에 투자돼 표면금리 연 3.17%의 이자가 분기별로 백석초등학교에 영구적으로 지급될 예정이다. 학교 측은 ‘박승 장학기금위원회’를 구성해 박 전 총재의 뜻에 맞게 기금을 사용하기로 했다.
박 전 총재는 지난 10여년간 꾸준히 기부활동을 이어왔다. 지난 2010년 백석초등학교 도서관 건축비로 5억원, 2018년 김대중평화센터에 3억원, 2019년 모교인 이리공업고등학교에 장학금 7억원을 기부했다. 대기업 규제는 풀되 보유세·상속세 등 증세를 통한 소득분배를 주창해온 평소 소신을 몸소 실천한 것이다.
박 전 총재는 학계와 금융계·정부를 넘나들며 한국 경제와 호흡을 함께한 경제계 원로다. 노태우 정부 때 청와대 경제수석과 건설부 장관을 지냈고 김대중 정부 말기인 2002년 한은 총재로 임명됐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박 총재의 칼럼을 보고 총재감이다 싶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은 총재 시절에는 강단 있는 통화정책으로 한은의 독립성을 높였다는 평을 받았다. 선제적 통화정책을 중시했고 시장과의 ‘소통’에 본격적으로 나선 첫 한은 총재로 꼽힌다.
박 전 총재는 20년 된 소형차를 직접 운전하고 오래된 양복을 즐겨 입는 등 평소 검소한 생활로 유명하다. 그는 2013년 서울경제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30년 전에 이미 자식(2남3녀)에게 재산을 안 물려주겠다고 선언했다. 자녀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충분한 교육기회를 주면 부모 역할은 다한 것”이라며 전 재산의 사회환원을 공언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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