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 메버릭스 대표는 구독자 11만명을 보유한 인기 유튜버다. ‘김정환’이라는 이름 석 자보다 경제 유튜버 신사임당이 제작한 ‘창업다마고찌’의 주인공으로 먼저 유명세를 탔다. 퇴사 후 방황하던 김 대표는 중학교 동창인 신사임당으로부터 월 500만원을 벌 수 있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인간 마루타(?)를 자처했다.
신사임당이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를 활용한 창업 노하우를 전수하면, 김 대표가 직접 실행에 옮겼다. 첫 주문이 들어와 환호하는 순간과 주문이 점차 늘면서 창고를 새로 장만하며 웃는 모습, 방 바닥에서 직접 고객들이 주문한 물품을 포장하다가 지쳐서 드러눕는 장면 등을 보면 인터넷 쇼핑몰 운영이 이런 거구나를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김 대표는 창업 1년 만에 연 매출 1억원을 달성하는 과정은 유튜브에 여과 없이 보여줬고, 구독자들 사이에서 ‘창업 콘텐츠’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형성 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지금은 신사임당의 채널에서 독립해 ‘창업다마고치’로 이름을 바꿔 운영하고 있다. 홈트레이닝 관련 온라인 쇼핑도 계속 운영 중이다. 이제는 돈을 잘 버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는 김 대표를 서울 성수동 신촌 살롱에서 만났다.
- 메버릭스 대표다. 메버릭스가 뭔가.
“메버릭스는 내 사업자명이자 자체브랜드(PB) 이름이다. ‘메버릭(maverick)’은 반항아라는 뜻이다. 내가 반항아라는 건 아니고.(웃음) 어감이 주는 그런 방향성이 좋다. 톰 크루즈 주연의 ‘탑건’이 인생 영화인데 거기서 톰 크루즈의 코드 명이 ‘메버릭’이었다. 회사를 다니다 퇴직하고 여러 직업을 경험했고, 중학교 동창인 신사임당을 만나 온라인 쇼핑몰을 시작했다. 주로 중국에서 물건을 떼어다 팔았는데, 브랜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품 박스를 포장할 때 내 로고를 새기면 좋지 않은가. 그래서 예전부터 생각했던 메버릭스를 내 PB브랜드로 정한 것이다.
-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고.
“그렇다. 처음엔 게임회사에서 컴퓨터 그래픽 일을 했다.(김 대표는 홍익대 게임 그래픽 학과를 졸업한 재원이다.) 원래 운동을 좋아했서 해외축구도 즐겨봤는데, 전공을 살려서 FIFA 축구게임을 만드는 EA스포츠 코리아에 입사했다. EA는 신입직원을 잘 안 뽑는다. 경력을 2년 정도 쌓아서 EA에 입사할 수 있었다. 처음엔 좋아하는 축구 게임을 만들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런데 2년 째 되니 매너리즘에 빠지더라. 좋은 회사였지만 내가 그 지겨움을 견디지 못했다. 결국 퇴사했다. 회사를 나온 뒤 가장 먼저 배운 게 이발이다. 학원을 끊고 다녔다. 사실 컴퓨터 그래픽도 손 감각이 있어야 잘 한다. 어렸을 때부터 손 재주가 있었다. 매년 분기마다 이발 자격증 시험이 있었는데, 깜박하고 신청을 못했다. 백수처럼 놀 순 없어서 옷 만드는 일을 배웠다. 국비지원으로 패션 수업을 들었다. 브랜드 디자인을 만들고, 샘플 옷도 만드는 강좌였다. 패션 분야 컨설팅을 하는 인터넷 서비스업체에 취업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회사도 망했다."
- 결국 백수가 된 건가.
“그렇다. 백수로 방황하는 와중에 오랜 만에 중학교 친구인 신사임당과 연락이 닿았다. 내가 놀고 있다고 하니, 사업을 가르쳐 주겠다고 하더라. 창업다마고찌(창업다마고치의 전신)는 그렇게 탄생한거다. ”
- 창업다마고찌를 시작할 때 잘 될거라고 생각했나
“신사임당이 워낙 잘 나가는 때라, 낙수효과는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런데 이렇게 인기를 많이 끌지는 몰랐다. "
- 이전에 다니던 회사 얘기를 다시 해보자. EA스포츠는 대형 회사다. 컴퓨터 그래픽을 전공한 사람이면 가고 싶어하는 직장인데. 단순히 지루하다는 이유로 그만뒀다는 게 잘 이해가 안 간다.
“내 스타일이 그렇다. 남들의 시선보다 내 기준이 중요하다. 내가 겪어 봤는데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결정한다.”
- 학창 시절 이력도 특이하다. 같은 연장선인가.
“맞다. 강릉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비평준화 지역이었다. 당시 동네에서 제일 공부를 잘하는 학교였다. 나는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했는데, 자꾸 공부만 시키는 거다. 입학 3일 만에서 미술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갔다. 거긴 당시 동네에서 제일 공부 못하는 학교였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맨 처음엔 홍익대 미대에 입학했는데, 그림 그리는 게 별 재미가 없어졌다. 그때 제대로 알게됐다. 내가 좋아하는 게 그림이 아니라 만화나 게임이란 것을. 그래서 홍대 본교를 한 학기만 다니고 반수해서 조치원 캠퍼스에 있는 게임 그래픽학과에 들어갔다.”
- 본인의 스타일은 알겠다. 그런데 부모는 많이 속 상했을 것 같은데.
“저란 사람을 부모님이 가장 잘 아신다. 말릴 수 없다는 거 말이다. 홍대 미대를 갔다가 그만 둔 것도, EA 코리아를 입사해서 3년 만에 퇴직한 것도 다 이해하신다.”
- 그런 결정을 이끄는 원동력은 뭔가.
“사람들이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다. 그냥 매 순간 주어진 상황에서 나한테 제일 효율적이고 유리한 게 뭔가를 고민하고 결정했던 것 같다. 굳이 중요하게 생각한게 있다면 ‘반응’이다. 내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돌아오는 반응의 크기 말이다. 그게 돈이든 관심이든, 유튜브 조회 수든. 회사생활을 할 때는 열심히 일을 해도, 대충 해도 반응의 크기가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사업이나 유튜브 채널 운영은 다르다. 나의 의사 결정에 따라 이익이 커질 수도 반대로 손실이 커질 수도 있다.”
- 그래도 사람이라면 안정적인 삶에 대한 욕구가 있을 텐데. 지금은 그런 것보다 본인의 흥미가 더 중요하다는 건가.
“ 그렇다. 인생을 살다보면 안정을 추구하고 싶은 순간이 올 거다. 나 역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그런 걸 갈구하는 순간이 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은 기회가 많고 힘도 충분하다. 아직은 이것들을 완전 연소해 보고싶다.(웃음)”
- 현재 운영 중인 온라인 쇼핑몰 ‘홈트친구’에 대해 설명해달라.
“문틀 철봉, 아령, 보호대 등과 같은 운동 용품을 파는 온라인 쇼핑몰이다. 처음에 신사임당과 ‘창업다마고찌’ 프로젝트를 할 때 ‘뭘 팔거냐’고 묻길래 주저 없이 운동용품을 팔겠다고 했다. 왜냐면 뭔가를 사람들에 팔려고 할 때는 왜 이 제품이 좋은지, 왜 사야 하는지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소비자 보다 높아야 한다. 그 당시 나에겐 가장 자신 있는 품목이 운동용품이었다. 홈트레이닝의 약자인 ‘홈트’라는 단어가 유행이었고, 내 이미지가 샤프함 보다는 동녀 형 같은 친숙함이 어울린다는 신사임당의 조언을 듣고 ‘흠트친구’로 지었다.”
-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본업인 쇼핑몰로 유입되는 고객을 늘리기 위한 목적인가.
“애매하다. 유튜브를 열심히 해서 홈트친구가 잘되면 그런 질문이 맞는 말이다. 하지만 제 유튜브 채널은 돈 버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채널이다. 홈트친구로 고객 유입이 전혀 안된다. 오히려 마이너스다. 제 채널을 보고 장사를 따라하는 사람이 많다. 돈을 벌기 위해 정보를 얻기 위해 내 채널을 보는 사람이 대부분일 거다. 헬스용품에 관심 있어서 방문하는 게 아니다. 유튜브를 마케팅 효율을 위해 하는 거냐고 묻는다면 ‘아니오’라고 답할 수 밖에 없다. 쉽게 말해 ‘홈트친구’의 김정환은 장사하는 아이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창업다마고치’는 인플루언서다. 두 페르소나가 서로 조합은 안된다.(웃음)”
- 두 일을 병행할 때는 시너지가 나야 하지 않나. 그럼에도 계속 유튜브를 운영하는 이유는 뭔가.
“시너지가 나지 않을 뿐 각각 독립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굳이 하나를 포기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내가 회사를 다닐 때는 그만두고 싶어도 다른 방법을 전혀 몰라서 퇴직 시점이 늦어졌다. 만약 그때 누군가 회사를 나와도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해 돈을 벌 수 있고, 수익 규모를 자세히 알려줬다면 용기를 갖고 더 빨리 퇴직할수 있었을 거다. 신사임당과 나를 통해 창업 콘텐츠라는 카테고리가 생겼다. 월 매출이 0원에서 1,000만원까지 키워나가는 과정을 밑바닥부터 보여주는 콘텐츠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누군가 물었다. 본업에 충실하고 신사임당 채널에 가끔 출연하면 될텐데 왜 본인 채널을 만들었냐고. 그럴 때 난 이렇게 얘기한다. 세상에 자서전, 위인전은 많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그 인물들이 살던 당시의 모습을 보여주는 건 없다고. 유튜브는 내가 돈을 번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 두면 누군가 그 스토리를 보고 영감을 얻거나 롤 모델로 삼을 수 있있다. 날 보고 장사를 시작한 사람들도 있을텐데, 단순히 내가 이젠 효용 가치가 없다고 유튜브를 그만두면 얼마나 실망하겠나. 두 역할을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다.”
- 창업하고 나서 달라진 게 있다면.
“창업을 경험하고 나니 사고방식이 달라졌다. 예전엔 하고 싶은 것.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에 집중했다. EA를 그만두고 이발, 패션 등을 배운 건 그런 이유에서였다. 창업을 통해 돈을 벌었고, 앞으로도 돈을 더 벌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생각도 그런 쪽으로 가게 된다. 지금은 자아실현은 미뤄 두고 돈을 많이 버는 최고의 비지니스 맨이 되는 것이 목표다.”
- 온라인 쇼핑몰과 유튜브 채널 운영 외에도 창업 강연을 다니는 것으로 안다. 강연할 때 철학 같은게 있나.
“돈을 많이 버는 사업가가 목표지만, 그렇다고 평판을 깎아 먹으면서까지 하는 건 지양한다. 내가 강의를 하면 호의적인 후기들이 많이 달린다. 강사가 살아 있는 현장의 얘기를 전달하는지, 그냥 강연을 위한 강연을 하는지는 소비자들이 더 잘 안다. 축구 선수로 치면 이제 막 축구에 입문한 유소년 선수들은 실제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을 만나고 싶어하는 거다. 은퇴 후 배 나온 사람이 예전의 화려했던 시절을 듣고 싶은게 아니다. 실제 내 강연을 듣기 위해서 대구, 부산에서 오기도 한다. 심지어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아줌마들도 있다.”
- 주부들도 온라인 쇼핑몰 창업에 관심이 많다는 게 놀랍다.
“고용이 불안하고, 경력 단절 여성도 많다. 평생직장이 사라 진지도 오래고, 그런데 예전엔 창업을 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었다. 지금은 창업다마고치처럼 지식 창업을 알려주는 콘텐츠가 많아졌다. ‘나도 사업 할 수 있겠는데’라는 인식이 퍼졌다. 사업 방법만 알려주면 찾아가서 돈이든 시간이든 투자해서 배우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 라이프점프는 4050세대가 주 타깃이다.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퇴직을 앞두거나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인 사람이 많다. 조언을 해준다면.
“요즘 소름이 돋는 게 중학생, 고등학생 셀러들이 나타났다. 부모를 대리인으로 해서 1년에 몇 천 만원 씩 번다. 그런 거 보면 나이가 문제는 아닌 거 같다. 애들도 하지 않느냐. 4050 세대는 컴퓨터를 다룰 줄 알고 스마트 기기도 친숙하다. 온라인 창업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게 아니다. 오히려 젊은 사람들보다 유리한 측면도 있다. 청년들은 창업 초기 자본이 부족하다. 상품을 떼어 와 팔아야 하는데 쉽지 않은거다. 그런데 4050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모아놓은 돈도 있을 거고, 인맥도 있다. 장점을 활용하면 된다. 요즘 젊은이들은 스마트폰 화면의 전화받는 버튼 모양이 왜 사각형이 아니고, 전화기 모양이 그러져 있는지를 잘 모른다. 새로운 것을 받아 들이는 것은 빠르지만, 히스토리나 맥락에 대한 이해는 떨어진다. 4050세대는 다르다. 거기서 나오는 힘이 분명 있다.”
- 그럼 마지막으로 온라인 쇼핑몰 창업을 결심한 4050이 있다면 어떤 아이템을 선정하는 게 좋은지 구체적으로 알려달라.
“내가 좋아하는 것보단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팔아야 한다.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지는 데이터로 검색할 수 있다. 네이버에선 공식적으로 사람들이 포털에서 검색하는 제품의 회수, 판매자 수 등을 공식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단순하게 생각해보자. 검색양은 많은데 파는 사람이 적은 제품이 있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검색양은 적은데 파는 사람이 많은 제품은 망하기 쉽다. 데이터를 활용해 시장을 조사하는게 첫번째다. 이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원하는 걸 찾으면 된다. 그 다음에 내가 잘 하거나 잘 아는 거,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거라면 성공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거다."
/서민우기자 박해욱기자 ingaghi@lifejump.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