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경기침체 위험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공포는 여전히 마음 한켠에 남아 있다. 물론 디플레이션의 사전적 의미가 통화량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물가가 하락하고 경제활동이 위축되는 것을 뜻하는 점을 생각하면 지금의 거시경제 환경과 딱 부합되는 정의는 아니다. 오히려 투자자들은 글로벌 정부 및 중앙은행이 공급한 역대급 유동성으로 인해 가파른 인플레이션 시대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을 조금씩 하고 있다. 아직 경기여건이 예전으로 돌아가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듯 보이지만 성장산업 중심의 투자가 실물경제에서도 확인될 경우 코로나19로 이연된 수요가 순간적으로 폭발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경제활동 주체에 따라 디플레이션을 준비하는 자세에 대해 생각해보자. 공급자 입장에서 디플레이션은 부정적이다.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이 떨어지면 공급자들이 손해를 감수하고 경제활동을 지속해야 한다. 그렇다면 공급자는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기업의 재무적 위험을 낮추는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19 관련 경기침체가 시작된 후 기업이 현금 확보에 열을 올리는 것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수요자 또는 소비자 관점에서 디플레이션은 어떠한가. 장기불황을 경험했던 일본 소비자는 신제품이 출시되면 반응이 차갑다고 한다. 모든 소비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장기불황의 영향으로 저물가 위험이 커진 시장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에 나중에 원하는 상품을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에 살 수 있다는 뜻이다.
디플레이션 위험이 커진 매크로 환경에서 공급자와 수요자가 보다 보수적인 경제활동을 선택하는 공통점이 있다. 미래를 알 수 없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경제활동을 수행하는 데 신중하고 조심할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결정이다.
그런데 투자자도 똑같이 보수적인 대응을 해야 할까. 무엇에 투자하든지 경기여건과 상관없이 투자대상의 가치는 손실의 위험을 항상 가지고 있다. 더 큰 손실을 제한하기 위해 보수적인 투자활동을 해야 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매일 정책이 쏟아지는 부동산 시장과 매크로 이슈에 가격이 바뀌는 주식시장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어 침체 위험과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다만 우리 사회의 정상적인 경제상황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유동성이 공급됐고 통화공급 확대는 화폐의 본질적 가치가 떨어질 수 있음을 경고하는 메시지다. 지금 당장 피해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 물가·세금 등이 오르기 시작하면 각자의 자산이 감소하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투자성향에 잘 맞는 대상을 찾아 투자를 게을리할 수 없는 시대에 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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