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82세에 초혼한 이수영 KAIST 발전재단 이사장은 남편(서울대 법대 동기로 검사 출신의 김창홍 변호사)과의 러브스토리도 서울경제에 처음으로 털어놓았다. 일부에서는 첫사랑으로 알려졌으나 사실 대학에서는 동기생이 300명이나 돼 얼굴도 몰랐다는 게 그의 말이다. 오히려 재학 중 그에게 다가온 이는 영문학과 교수를 아버지로 둔 동기생과 학생 때 고시3과에 합격한 1년 선배였다. 그는 “한 명은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얘기도 들려주며 편하게 대해줘 얘기가 잘 통했지만 프로포즈가 없었고 다른 한 명은 사무관 시절 도서관을 찾아와 ‘첫 월급을 탔는데 살림할 수 있느냐’고 말할 정도로 저돌적이었으나 마음이 움직이지 않아 인연이 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던 중 1980년 서울경제를 그만두고 골프를 배워 법대 동기들과 월 1회씩 운동을 했는데 지금의 남편이 티를 꽂아주는 등 매너 있게 다가왔다. “차를 그 집에 주차해놓고 같이 이동했어. ‘자치기도 안 될 정도’로 골프를 못했는데 캐디 노릇까지 해주며 지극정성이었지.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 혼비백산할 정도였는데, 그래서 더 친해졌지. 당시 3,400만원에 골프장 회원권을 사 2억5,000만원에 파는 등 돈도 붙었고(웃음). 여의도백화점 한 층을 사고 깡패한테 시달릴 때 소송 조언도 해주고 고마웠지.” 이후 두 사람은 김창홍 변호사가 부인과 사별한 뒤 뒤늦게 만혼(晩婚)의 연을 맺게 된다.
“난 대학 때 청순가련형이라 방학 때 연애편지 읽느라 영감 얼굴도 몰랐어. 근데 할아버지(남편)는 나를 ‘참 예뻤다’고 기억해. 이제는 전깃불 끄고 잠자리도 봐주고 이불 차면 덮어주지, 철봉도 10개나 하고 골프도 장타자야(웃음).” 그는 남편에 대한 자랑을 이어갔다. “할아버지는 고시 양과에 합격해 경제기획원 사무관도 하고 서울고검 수석부장까지 했으나 검사장 직전에 브레이크가 걸렸는데 돈을 몰라. 변호사를 ‘칼 안 든 도둑’이라고 하는데 인지세 정도만 받아. 인색할 정도로 정말 안 써. (남들과 달리) 내 돈도 탐하지 않고(웃음). 이번에 이수영과학교육재단 만드는 것도 ‘어서 하라’고 했어.” 그러면서 8월 한 달간 미국의 골프장에서 같이 골프를 즐기며 “과장 없이 그대로 자서전 속편도 쓰겠다”고 덧붙였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