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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色 가전’은 생산자의 악몽? 삼양사 ‘컬러랩’에 물어보세요

컬러 가전 인기에 화학업계 조색 기술 주목

삼양사, AI기술 활용해 개발 시간 30% 단축

공정 줄인 소재 ‘메탈리너스’ 판매량 껑충

삼성전자 ‘비스포크(BESPOKE)’ 냉장고로 꾸민 공용 키친의 모습 /사진제공=삼성전자




가전의 인테리어 효과를 중시하는 트렌드에 따라 화학업계의 조색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생활가전을 통칭하는 ‘백색(白色)가전’이 ‘백색(百色)’ 가전으로 변신하며 다양한 색깔의 제품이 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다양한 컬러와 소재를 적용한 가전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맞춤형 가전을 표방한 ‘비스포크(BESPOKE)’ 냉장고를 출시한 데 이어 직화 오븐·전자레인지·공기청정기·무선청소기 등으로 ‘컬러 가전’의 영토를 넓히고 있다. 대유위니아는 맞춤 가전 ‘클라쎄 팝 에디션 시리즈’를, 캐리어냉장은 ‘클라윈드 피트인 파스텔 냉장고’를 선보였다.

이들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흰색·검은색 등 무채색을 넘어 민트·핑크·코럴 등 기존 가전제품에서 보기 힘들었던 색깔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이에 가전 외장재를 생산하는 화학업계에서도 고객사의 다양한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조색 기술이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화학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객사가 원하는 색깔을 플라스틱에 정확히 구현하려면 소재와 염·안료를 모두 잘 알아야 한다”며 “같은 염·안료를 쓰더라도 플라스틱 종류에 따라 실제 구현되는 색이 달라지는 만큼 정확한 예측 능력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삼양사의 조색 기술이 적용된 소재 샘플. 삼양사는 다양한 색상을 구현한 샘플로 ‘컬러북’을 만들어 고객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양사


이에 삼양사(145990)는 삼양중앙연구소 내에 ‘컬러랩’을 열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색상 예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통상 가전 외장재로 쓰이는 플라스틱은 여러 소재를 혼합해서 만든다. 이때 고객사별·제품별 요구가 달라 혼합 비율은 천차만별이지만 삼양사 컬러랩은 색상 예측 프로그램을 통해 요청한 색깔을 구현하기 위한 최적의 조합비를 찾아낸다. 그동안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을 도입한 결과 개발 속도가 30% 이상 향상됐다는 게 삼양사 측 설명이다.

‘나만의 가전’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서는 신속한 제품 개발과 생산이 필수적이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냉장고의 경우 도어 색깔이 다양한 데다 소비자가 이를 원하는 대로 선택해 수만 가지의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장 사장이 “생산자 입장에서는 악몽”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삼성전자 2020년형 비스포크(BESPOKE) 냉장고 제품 사진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양사의 플라스틱 소재 ‘메탈리너스’ 또한 이러한 가전업계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다. 메탈리너스는 플라스틱에 알루미늄 플레이크(조각)를 삽입해 금속 질감을 구현했다. 여기에 조색 기술을 적용해 다양한 색상을 표현한다. 질감과 색상 모두 소재 자체에 구현돼 있기 때문에 도장·도금 공정을 생략하고 생산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삼양사 관계자는 “메탈리너스 출시 첫해인 2018년 국내 가전업체의 전자동 세탁기에 적용된 것을 시작으로 범위를 확대해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3배 성장한 판매량을 달성했다”면서 “올해는 국내외 생활가전 전반으로 적용 제품을 확대하고 자동차 내외장재 등 신규 시장 진출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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