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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에 물먹은 '몰캉스' 기대감…유통가는 '먹구름'

100년만의 '역대급 폭염' 예고에

7말8초 휴가철 대목 기대했지만

장기간 장마로 되레 고객수 줄어

백화점·마트 등 재고관리 부담↑





올 여름 역대급 더위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방문 고객 수 증가를 잔뜩 기대했던 유통업계가 유난히 긴 장마로 울상을 짓고 있다. 한여름 더위를 피해 유통시설을 찾는 고객이 늘어 코로나19에 따른 매출 부진을 다소나마 회복시켜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장기간에 걸친 비로 기대가 물거품이 될지 모른다는 걱정이다. 특히 이번 휴가철 백화점은 ‘백캉스’, 대형마트는 ‘마캉스’, 아웃렛은 ‘아캉스’ 고객을 대비해 다양한 준비를 마쳤지만 연일 내리는 비에 유통 시설을 찾는 고객 수가 대폭 줄어들었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7월 마지막 주(7월27일~8월2일) 전년 같은 주(7월29일~8월4일)에 비해 2.7% 줄었다. 부문별로는 영패션(-4.2%), 잡화(-3.8%) 등의 하락폭이 컸다. 올해 7월 마지막 주는 수요일인 29일부터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폭우가 쏟아졌다.

이같은 현상은 백화점만의 일이 아니다. 대형마트와 아웃렛도 마찬가지다. 이마트 관계자는 “대형 유통시설은 이른바 ‘날씨 피난처’ 개념이 있어서 혹한기와 혹서기 또는 황사와 미세먼지가 심해 야외활동을 하기 어려울 때 고객 방문이 늘고 매출이 증가한다”면서 “그러나 올 여름은 예상치 못한 긴 장마로 고객 방문이 확 줄었다”고 말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비 예보가 다음 주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상청 주간예보를 보면 17일 임시공휴일을 포함한 다음주 황금 연휴 초입까지 서울 기준 매일 비가 내일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업계는 휴가 피크 시즌을 7월 마지막 주부터 광복절인 8월15일에서 이어지는 주말까지로 본다. 이 시기 더위를 피해 유통시설을 찾는 고객이 가장 많은데 올해는 공교롭게도 이 시기 내내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것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모여 사는 중부지방에 특히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되고 있어 유통업게의 불안감이 더욱 크다.



올해 초여름 무더위가 일찍 찾아오고 100년 만의 폭염이 예상된다는 뉴스가 나올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현대백화점은 이른 더위가 찾아 온 지난 6월1일부터 9일까지 매출 신장률이 지난해 같은 요일대에 비해 3.4% 늘었다. 코로나19에 따른 불안감이 다시 커진 와중에서 매출이 늘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상품 부문 별로는 해외패션(+28.0%), 골프(+38.0%), 리빙·가전(+47.0%) 등이 큰 폭 상승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지난 6월 28일부터 7월7일까지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8.2% 신장했다. 당시 신세계 측은 “예년 같았으면 워터파크, 해외여행 등 외부 활동을 했을 고객들이 올 여름은 안전하면서도 시원한 실내 공간을 찾는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런 분위기에서 유통업계는 각 업태별로 ‘백(화점)캉스’, ‘마(트)캉스’, ‘아(웃렛)캉스’ 등을 공들여 준비했지만 본격 휴가철에 때맞춰 내리는 폭우로 기대 역시 씻겨 내려갔다.

갤러리아백화점은 ‘7말8초’ 휴가 시즌을 앞두고 서울 압구정동 명품관과 경기도 광교점 등에 백캉스 족을 위한 휴게공간을 마련하는 등 기대감을 나타냈고 롯데아울렛 역시 쇼핑과 휴가를 겸할 수 있는 각종 즐길 거리를 보강하면서 아캉스 대비 체제로 전환했지만 예상치 못한 긴 비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긴 비에 따른 방문객 감소가 재고 문제로 직결된다고 보고 있다. 여름에만 팔 수 있는 상품을 해당 시즌에 팔지 못하면 이는 곧 악성 재고가 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오겠지만 그 때는 여름 상품은 끝물이고 가을 상품 판매를 시작할 때”라면서 “여름 전용 상품 판매 부진에 따라 유통업체와 협력업체에 재고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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