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무리하게 강행한 ‘임대차 3법’의 허점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서울경제가 파악한 결과 남편 단독 명의인 경우 배우자의 직계존속(장인과 장모)은 실거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가족 형태가 다양해 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6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시행된 개정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집주인이 실거주할 경우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법은 갱신거절 시 실거주 기준을 ‘임대인(집주인과)과 직계존비속’으로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아내와 남편이 단독 명의로 집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다. 이런 경우 배우자와 그 직계존속의 실거주는 계약갱신 거절 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
정부 관계자는 “단일 명의 시 배우자 가족은 직계존비속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남편 명의로 돼 있을 경우 장인과 장모 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거꾸로 아내 단독 명의인 경우 시부모와 시어머니가 그 같은 사례에 해당된다. 단 부부 공동명의인 경우 배우자 직계존속의 입주 또한 계약갱신 거절 사유가 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단독 명의인 경우 남편 명의의 집에 아내만 살거나, 아내 명의의 집에 남편만 들어갈 경우 계약갱신청구를 거절할 수 없다. 기준에 집주인 본인과 직계존비속만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집주인이 멀리 장기간 출장을 떠나야 하는 ‘기러기 부부’나 기존 셋집에 장인·장모를 모시려 한 경우 등 다양한 사정을 가진 임대인들이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임대인 직계 존·비속으로만 한정한 내용이 남녀평등, 가정 내 평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 법 조항대로 적용하면 부부 공동명의가 아니면 배우자의 직계존비속은 인정받지 못한다”며 “국토부나 법무부 등에서 별도로 이와 관련한 유권해석이 내려오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집주인이 허위 거주 시 임차인이 손해배상을 청구토록 한 조항도 허점이 나오고 있다. 집주인이 허위로 임차인을 내보내도 해당 집을 통해 ‘금전적 이익(실제 전세계약)’을 얻지 않으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한편 정부는 임차인으로 하여금 ‘집주인 실거주’ 여부를 쉽게 가릴 수 있도록 보완책을 제시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주민등록법의 시행규칙 등을 개정해 세입자에게 해당 주택의 정보열람을 쉽게 해준다는 방침이다. 계약 갱신을 거부하면서 거짓으로 실거주 이유를 든 집주인에 대해 전 세입자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근거를 쉽게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 갱신을 거부한 경우, 세입자에게 계약갱신을 요구한 기간(향후 2년 간)동안 해당 주택의 확정일자와 전입신고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법은 임대인과 임차인, 소유자, 금융기관에 이와 관련한 정보 열람을 허용하고 있다. 이 대상을 갱신 거절 임차인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계약 갱신을 거부당한 세입자는 언제든 자신이 전에 살았던 집에 집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권혁준·진동영기자 awl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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