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강남구 한 사무실 점심시간. 북적이는 시간인데도 불구 식당으로 이동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 대신 한 직원이 회사 앞에 나가 배달기사를 만나 미리 주문한 음식을 받아왔다. 배달 박스를 열자 레스토랑 음식이라도 해도 손색이 없는 햄버거, 샌드위치, 덮밥이 쏟아졌다. 신세계푸드가 만든 첫 ‘배달 전문 브랜드’ 셰프투고(Chef to go)다. 셰프가 만든데다 가격도 합리적이라 ‘강남 도시락’이란 별명도 얻었다. 식품업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언택트(비대면)에 사활을 걸면서 직장인의 점심 풍경도 바뀌고 있다.
코로나19로 외식·대면 위주의 식품기업이 휘청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들은 언택트에서 다시 답을 찾았다. 식품 정기 구독 서비스 역시 아이스크림에다 전통주까까지 뛰어들며 구독의 한계를 넘어섰다.
◇샌드위치·케이크도 이젠 배송…‘강남 도시락’ 7월 70% 급증=신세계푸드는 코로나19로 마트, 편의점이 아닌 쿠팡, 카카오톡과 같은 이커머스 업체와 손을 잡았다. ‘식품기업-쿠팡 컬래버레이션’이라는 새로운 협업을 만들어낸 것. 신세계푸드는 쿠팡과 손잡고 ‘밀크앤허니’ 빵집이나 편의점을 들러 구입 해야 했던 냉장 샌드위치를 온라인 전용 냉장상품으로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다. 직접 매장을 찾지 않더라도 새벽 배송으로 신선한 샌드위치를 집에서 배송해 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냉동 케이크도 인기를 끌면서 3종에서 5종으로 확대했다.
신세계푸드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운영하는 배달 전문 매장 ‘셰프투고’의 7월 중 일일 배달 건수는 코로나19가 확산 전인 1월 대비 75% 증가했다. 셰프투고는 신세계푸드의 수제맥주 펍 ‘데블스도어’, 이탈리안 레스토랑 ‘베키아에누보’, ‘노브랜드 버거’ 등 인기 메뉴를 배달앱 또는 테이크 아웃으로 판매하는 매장이다. 일일 전체 주문 건수의 53% 수준이었던 점심식사 배달 비중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 시행되었던 3월 이후 65%를 넘어서 지난달에는 72%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오프라인 중심이던 소비패턴이 온라인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는 만큼 비대면 배달서비스 강화와 온라인 전용 제품 등을 통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전통주 배송에 설레는 20대…아이스크림도 정기구독=롯데제과는 지난달 과자 구독 서비스 ‘월간 과자’에 이어 나뚜루 아이스크림을 정기적으로 배송 받는 ‘월간 나뚜루’를 선보이며 구독의 지평을 넓혔다.
전통주 제주업체인 술담화는 최근 20대 사이에서 ‘일상의 활력소’로 통한다. 술담화는 월 3만원대의 구독료를 내면 매달 전통주 소믈리에가 선택한 술 2~4병을 칵테일 레시피 등이 적힌 큐레이션 카드, 스낵 안주와 함께 집으로 배송해준다. 어떤 전통주가 ‘힙’한 감성을 입고 배달될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젊은 팬층이 두텁다. 고리타분하다는 전통주에 대한 편견과 달리, 젊은 층의 취향에 맞춘 포장과 서비스를 선보여 20~30대 소비자에게서 인기를 얻고 있다. ‘식탁이있는삶’이 운영하는 온라인 식품몰 ‘퍼밀’은 지난 6월 과일 정기 배송 서비스 ‘달콤박스’를 출시했다.
◇코로나19에 방판이 휘청…‘없는 거 없는’ 자사몰로 재기=‘프레시 매니저’로 대표되는 한국야쿠르트는 코로나19 시대 가장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온라인몰 ‘하이프레시’의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연매출 250억원을 이미 넘어서면서 대면으로 인한 일부 감소를 보완했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연매출을 5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매번 장보기 번거로운 계란, 두부부터 한달치씩 구매해 자칫 섭취 시기를 놓칠 수 있는 비타민, 홍삼도 정기배송 가능하다.
‘정품진 등심, 국내산 현미, 영천 황도복숭아.’ 이들은 CJ의 ‘CJ더마켓’에 올라온 인기 상품군이다. CJ더마켓은 가정간편식(HMR)뿐만 아니라 생선, 과일, 육고기와 같은 ‘신선식품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CJ제일제당에서 웬 신선식품이라고 할 수 있지만 CJ제일제당의 지역 특산물 농가 상생 프로그램 일환으로 제철 농·축·수산 특산물을 발굴해 판매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CJ더마켓은 상반기 주문 건수만 90만 건을 기록했다. 신규 가입자도 지난해 하반기 16만명에서 올해 60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성장 속도로는 최대 식품 온라인 몰인 마켓컬리 400만명도 따라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동원의 동원몰은 ‘밴드배송’이라는 독특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동원그룹의 제품을 비롯해 타사 생활용품, 의약외품에 이르기까지 총 1만여종의 상품을 주문에 따라 묶어서 배송하는 서비스다. ‘밴드배송’ 마크가 붙어있는 제품이라면 부피나 수량에 제한이 없다. 프리미엄 유료 멤버십 ‘밴드플러스’도 운영 중이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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