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이 선점하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 라인(LINE)은 분명 대중적 메신저가 아니다. 하지만 시야를 넓혀 아시아 시장을 바라본다면 라인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라인의 글로벌 월이용자(Monthly Active Users·MAU)는 무려 1억6,500만명에 달한다. 라인은 MAU가 8,400만명인 일본을 중심으로 대만·태국·인도네시아 등에서 성공 행보를 보이고 있다.
라인은 최근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야후재팬을 운영하고 있는 Z홀딩스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라인은 소프트뱅크그룹의 연결자회사로 편입되고 라인과 야후재팬은 네이버의 계열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그리고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라인은 거대 플랫폼 사업자로 변모하게 된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두 회사의 합병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네이버 입장에서 야후재팬은 과거에는 일본 포털 시장에서, 현재는 간편결제 시장에서 치열한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가장 큰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출혈 경쟁을 이어가기에는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치킨게임을 지속하기보다 협력을 통한 미래를 꿈꾸기로 한 것이 이번 결정이다.
관련기사
라인은 Z홀딩스와 경영통합을 하기 위한 공개매수(보통주식 1주당 5,380엔)를 진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공개매수단가에 주가가 수렴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현재 라인의 주가는 공개매수단가를 웃돌고 있다. 글로벌 증시에서 언택트 기업들의 밸류에이션 상승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아직 합병비율 및 공개매수단가 재조정은 특별히 발표되지 않은 만큼 추후 진행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경영통합과 관련된 공정위 심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연되고 있으나 합병 자체는 문제없이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양사는 경영통합 이후 어떠한 전략을 펼치겠다고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지만 커머스·간펼결제·광고 등의 전방위적 사업 부문에서 시너지가 극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수익성 측면에서도 더 이상 무리한 경쟁을 벌일 필요가 없어지는 만큼 확실한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단기적으로는 일본 시장이 사업의 중심이 되겠으나 앞으로는 이미 라인이 자리 잡은 동남아 시장에서도 새로운 기회 창출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