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를 놓고 HDC현대산업개발, 산업은행, 금호산업 등 관련 주체들이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M&A는 용어도 어렵고 거래 당사자들의 입장도 미묘해 이해하기가 쉽지 않죠. 그런데 부동산 거래에 비유하면 비교적 쉽게 파악이 가능합니다. 아시아나 M&A를 부동산 매매 계약에 빗대 봤습니다.
현산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 이땐 분위기 좋았는데... |
그러나 운명의 장난일까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라는 초유의 위기가 덮칩니다. 한국은 2월을 시작으로 확진자가 늘어났고 3월, 4월로 갈수록 해외에서 확산세가 들불처럼 번졌습니다. 그리고 전세계 항공업이 직격탄을 맞습니다. 비행기가 떠야 임직원 월급도 주고 비행기 대여료도 지불하는데 비행기 자체가 뜨질 못했습니다. 부동산으로 치면 집값이 갑작스럽게 폭락을 한 것이지요.
초유의 코로나 사태...현산, '중도금' 납입 연기 |
그러자 산은은 현산에 6월 27일까지 인수 의지를 밝히라는 공문을 보냅니다. 계약서 상 거래 종결일인 27일까지 답을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산은 입장에서는 집을 산다는 사람의 결단을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는 없고, 만약 집을 살 의향이 없다면 다른 매수인을 찾든, 집을 리모델링해서 가치를 높이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산 "12주간 재실사" vs 산은 "11일까지 인수의지 증명하라" |
관련기사
통상의 부동산 거래라면 매도인이 이 같은 요구에 응할 의무는 없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결국 산은은 현산의 요구가 달갑지는 않지만 일단 응합니다. 현산 외에 새로운 매수자를 찾기도 어려운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산은은 다음날 보도자료를 통해 “인수 의지 표명은 환영한다”면서도 “현산이 먼저 인수조건을 제시하고 협상 테이블로 나오라”고 말합니다. 살 의향이 있는 것은 알겠으니 일단 만나서 원하는 것을 이야기해보자는 것이었죠.
이후 6월 26일 정몽규 회장과 이동걸 산은 회장은 만나긴 합니다. 하지만 특별한 진전은 없었습니다. 현산은 8월부터 12주간의 재실사를 요구했지만 산은은 인수의지를 보이면 ‘제한적 재실사’가 가능하다며 일축했고 8월 11일까지를 인수의지를 증명할 데드라인으로 정했습니다. 12주간 집을 또 보여줬다가는 시간은 시간대로 흐르고 꼬투리만 잡힐 수 있어 현산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2,500억 계약금 놓고 소송전 갈 듯 |
금호고속과 산은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당장 이동걸 회장은 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계약이 무산될 경우 모든 법적 책임은 현산에 있다”며 “현산이 계약금 반환 소송도 제기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겠다”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산은 측은 “현산이 대면협상에도 응하지 않는 등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상황이었고 7주간의 실사, 수개월의 인수준비 등이 있었음에도 추가로 12주간 재실사를 허락할 수는 없었다”고 받아칠 것으로 보입니다. 산은이 데드라인으로 정한 오는 11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지켜볼 일입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