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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엑시노스'.. ARM·AMD 손잡고 글로벌 1위 노린다[양철민의 인더스트리]

갤노트20에 '스냅드래곤' 탑재하며 AP 기술우려 커

ARM과 협업하며 '엑시노스' CPU 성능 30%↑

GPU는 AMD 손잡고 퀄컴 '아드레노' 위협

삼성 파운드리·IM 사업부도 확실한 우군

NPU 등에 역량 집중하며 AP시장 1위 노려

자율주행차용 AP 노하우 축적위한 포석도





삼성전자(005930)가 이달 공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노트20’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로 한국·미국·캐나다·일본·중국향 모델에는 퀄컴의 ‘스냅드래곤865+(TSMC 7나노 공정 기반)’를, 유럽 등 기타 지역향 모델에는 ‘엑시노스990(삼성전자 7나노 공정 기반)’을 각각 탑재하며 삼성 AP 기술이 경쟁사 대비 뒤쳐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국내향 플래그십 모델에는 ‘엑시노스’를 탑재해오던 관례를 전작 지난 2월 공개한 ‘갤럭시S20’부터 깨트리며 최근 1년 새 퀄컴과의 AP 경쟁에서 ‘사실상 패배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꾸준한 탓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A(ARM)·A(AMD)’ 동맹을 기반으로 수년내에 스냅드래곤의 성능을 추월해 ‘AP 왕좌’를 탈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스냅드래곤 865+가 탑재된 갤럭시노트 20.


1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ARM과 손잡고 ‘코어텍스-X 커스텀’ 기반의 신형 CPU를 개발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자체 모바일 CPU 개발 프로젝트인 ‘몽구스’를 중단한 후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의 팹리스’라 불리는 영국 ARM과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ARM으로부터 CPU 설계를 위한 ‘ISA(명령어 집합체)’만 구매했다면 이제는 CPU 공동 개발에도 나서며 협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김준석 삼성전자 SoC(시스템온칩) 디자인팀 상무는 ARM 코어텍스-X 관련 홈페이지에 “삼성전자와 ARM은 강한 기술적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안드로이드(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 생태계의 혁신을 만들어 내겠다”고 밝히는 등 공고한 파트너십을 자랑하고 있다. 코어텍스-X는 전작인 코어텍스-A 대비 성능이 30% 가량 뛰어난 것으로 전해져 엑시노스 후속 모델 성능이 크게 업그레이드 될 전망이다.

최근 글로벌 그래픽처리장치(GPU) 업계 1위 사업자인 엔비디아가 ARM 인수에 나선다는 관측 때문에 ‘삼성-ARM’ 동맹이 와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삼성 측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다. 엔비디아의 ARM 인수는 각국의 독과점 우려로 성사 가능성이 극히 낮은데다 , 주요 팹리스 업체와 컨소시엄을 통해 ARM의 일정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헷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의 가장 취약점이라고 불리는 GPU 부문에서는 AMD와의 협업 카드로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ARM의 GPU ‘말리’를 엑시노스에 탑재하고 있지만 저전력 관련 취약성 때문에 고성능 게임 이용시 ‘엑시노스 발열’ 문제가 꾸준히 지적돼 왔다. 삼성전자가 이번 갤럭시노트20의 국내향 모델에 스냅드래곤을 탑재한 것 또한 5G 최초 상용화 등으로 고성능 게임 이용이 활발한 국내 시장 특성상 발열 문제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4년 엔비디아의 제소로 시작된 GPU 특허 관련 소송으로 1년 반 가량 곤욕을 치르는 등 GPU 부문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 미디어텍에서 선임개발자로 근무했던 치엔핑루 박사를 지난 2017년 9월 시스템LSI 사업부 담당 임원으로 영입해 삼성 자체 GPU 개발 프로젝트인 ‘S-GPU’를 추진하기도 했다. 반면 치엔핑루 박사는 지난해 5월 근속 19개월만에 삼성전자를 퇴사하며 S-GPU 프로젝트도 위기를 맞았다. 삼성 측은 치엔핑루 박사가 퇴사한 지 한달도 채 되지 않아 AMD와 고성능 GPU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 계약 사실을 밝히는 등 GPU 기술 확보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당시 파트너십 체결 후 삼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가 AMD 칩 물량을 수주하는 등 삼성전자가 나쁘지 않은 선택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외에도 삼성전자는 엑시노스에 탑재되는 신경망처리장치(NPU)와 통신모뎀 등의 기술 고도화로 퀄컴을 앞지르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법인의 최근 경력 채용 공고를 살펴보면 대부분이 머신러닝이나 인공지능(AI) 등 NPU 설계 관련 인력일 정도로 기타 역량 강화에 적극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9년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3GS’에 ARM의 ISA를 기반으로 자체 생산한 AP인 ‘허밍버드(엑시노스3110)’를 공급할 정도로 AP 시장에서는 앞선 기술력을 과시해 왔다. 당시 삼성전자 AP가 퀄컴의 AP 대비 성능이 뛰어나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다만 반도체설계·생산·스마트폰 판매까지 생태계 전 영역을 장악했지만 한 곳에 집중하기엔 벅찼던 삼성전자가 각 업체별 특장점을 바탕으로 선택·집중 전략을 벌인 팹리스와의 경쟁에서 주도권을 내주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퀄컴은 지난 2008년 AMD의 모바일 GPU 사업부를 인수한 후 자체 GPU인 ‘아드레노’를 꾸준히 업그레이드해 내놓으며 AP 시장에서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차츰 벌리고 있다. 특히 퀄컴은 통신칩 시장에서의 압도적 경쟁 우위를 AP 시장에서도 이어가며 한때 과반에 이르는 점유율을 자랑했다. 퀄컴은 지난 2015년 ‘스냅드래곤810’의 발열 문제로 AP 시장에서의 입지가 크게 흔들렸지만 이후 꾸준한 성능 개선으로 안드로이드 OS 기반 AP 시장의 왕좌를 굳히는 모습이다.

애플 또한 지난 2008년 2억7,800만달러를 들여 팹리스 업체 PA세미를 인수한데 이어 2010년에는 약 1억2,100만달러를 들여 팹리스 인트린시티를 인수하며 AP 기술 강화에 공을 들였다. 인트린시티는 지난 2009년 삼성전자와 1㎓ 속도의 AP를 공동 개발했던 업체로, 당시 인트린시티에 대한 삼성전자의 기술 의존도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이후 ‘아이폰8’부터 자체 GPU를 탑재한데 이어 지난해 7월에는 인텔의 모바일 통신칩 사업부를 10억달러에 인수하며 AP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A13 바이오닉’ 등 애플이 자사 제품에만 탑재하는 AP인 ‘A 시리즈’는 스냅드래곤이나 엑시노스의 기능을 압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각 업체의 AP 경쟁이 결국 자율주행차 등 모빌리티 시장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퀄컴이 전장용 반도체 1위 업체인 NXP를 인수하려 했던 사례나, 삼성전자가 차량용 AP인 ‘엑시노스 오토’를 출시한 것이 주된 근거다. ‘삼성전자가 엑시노스를 계속 생산하는 것은 퀄컴과의 AP 구매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레버리지 용도’라는 일각의 분석이 매우 단편적 시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극자외선(EUV) 공정을 가장 먼저 도입할 정도로 선단공정 부문에서 앞서 있는 만큼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 또한 대만 TSMC에 반도체 전량을 위탁생산하고 있는 퀄컴과 애플 대비 분명히 앞서갈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특히 자체 CPU와 GPU 개발에 공을 들이던 삼성전자가 ARM 및 AMD와의 동맹으로 NPU 등 여타 부문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2년내에 엑시노스가 탑재된 한국향 갤럭시 시리즈를 만나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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