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분기 들어 미국 달러화 가치가 눈에 띄게 약세를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대체로 글로벌 경기가 호황일때 달러화 약세가 진행된 경우가 많았다. 미국 경제도 성장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다른 주요 경제권역과 신흥국 경기가 더 좋은 환경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현재 달러화 약세의 배경을 살펴보면 과거와는 다른 측면이 있다.
먼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우려이다. 미국은 신규 확진자수가 지난 6월 중순 이후 다시 빠르게 증가했다. 두번째는 미중 갈등인데, 통상 양국의 긴장이 고조될 때 달러화는 안전자산 선호 영향으로 강세를 보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실물경제 회복에 직접 타격이 될 수 있는 무역분쟁은 피하고 있어 달러화 가치는 강해지지 않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제회복기금 합의도 약세요인이다. 7,500억유로 규모의 경제회복기금 중 특히 보조금 성격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재원을 EU 집행위원회(EC)가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다는 점에서 그동안 유럽의 구조적 한계로 지적됐던 재정통합의 진전이라는 큰 의미 있는 소식이다. 네번째는 미국 경제 회복세의 둔화 조짐이다. 5월 이후 구매관리자지수(PMI)와 같은 서베이 지표가 예상보다 빠르게 반등했지만 실물지표의 회복 강도는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는 연준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자산규모의 증가 폭과 속도는 주요 중앙은행을 압도한다. 또 고용지표가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고, 인플레이션은 목표(2%)를 웃돌더라도 상당기간 용인할 가능성이 높아 제로금리가 장기간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러한 상황 속 연준은 실질금리를 낮게 유지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단기 유동성과 신용시장 지원 프로그램 규모는 감소했다. 현재 연준은 자산매입(국채·MBS) 규모를 유지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와 정부부채 비율 악화를 방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나아가 일정수준 인플레이션과 경기 과열을 용인하는 방법으로 명목 국내총생산 회복을 도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와는 다른 달러화 약세 환경과 연준의 자산매입이 지속되면서 장기금리는 낮은 레벨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역사상 최저치인 0.5% 부근에 근접했다. 연준은 실물경제 회복 지원에 주력하면서 과도한 달러화 약세는 피해야 하는 고민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또 낮게 유지되는 시장금리는 수익률곡선 제어(YCC) 등 부담스러운 정책의 도입 필요성을 낮춘다. 연준은 당분간 현재의 정책을 기반으로 지표기반형 포워드 가이던스 강화, 평균물가목표제(AIT)로의 변화와 같은 제한적인 수준에서 경기 회복을 지원하는데 전념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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