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4분기 국내 자기자본 상위 5개 증권사의 순이익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커졌다. 개인투자자들의 거래가 급증하면서 수수료와 이자 수익이 급증함에 따라 증권사들의 어닝 서프라이즈 규모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006800)·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005940)·삼성증권(016360)·KB증권 등 국내 자기자본 상위 5개 증권사 중 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KB증권 등 3곳의 순이익 총합은 6,861억원으로 증권가 컨센서스(5,100억원)를 훌쩍 뛰어넘었다. KB증권은 전 분기 적자에서 1,515억원 흑자를 기록했고 NH투자증권도 전 분기(322억원)보다 7배 이상 증가한 2,305억원의 순이익을 발표했으며 미래에셋대우도 2·4분기 순이익이 3,000억원을 넘기면서 깜짝 실적을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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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실적 발표가 남은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이들 ‘빅5’의 2·4분기 순이익이 1조원을 넘길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껏 상위 5개 증권사의 분기 순이익 총합이 1조원을 넘긴 적은 없다. 국내 증권사들이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던 지난해 1·4분기에도 이들 5개 증권사의 순이익은 8,056억원에 불과했다. 그동안 KB증권과 삼성증권의 순이익 규모가 나머지 3곳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에 순이익 1조원을 돌파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올해 2·4분기 KB증권이 1,500억원 넘는 순이익을 기록한 데 이어 아직 실적 발표를 남겨둔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순이익이 증권가 컨센서스에 부합만 하더라도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071050)와 삼성증권의 순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2,973억원과 1,776억원이다. 한국금융지주의 순이익 중 한국투자증권이 대개 80% 안팎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한국투자증권의 2·4분기 순이익은 2,300억원 정도로 예상한다.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 역시 올해 2·4분기 실적 개선을 이끈 리테일·브로커리지 사업 부문에 강점이 있어서 증권가에서는 컨센서스 이상의 실적도 기대하는 모습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의 모기업인 한국금융지주의 2·4분기 순이익은 기존 추정을 크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전망”이라며 “브로커리지 수익이 1,200억원을 넘어서고 상품운용수익도 1,400억원 수준의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증권사들이 거래 급증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지만 실적은 2·4분기에 최대치를 기록한 뒤 하반기에는 다소 주춤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거래량 증가 부분에서도 증시 변동성 확대와 시장금리 하락 정도가 누그러지면서 2·4분기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특히 변동성 완화로 운용수익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변동성이 감소하면서 운용 손익도 감소할 전망”이라며 “자본 대비 신용공여 비중도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도 고성장이 어렵다”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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