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습관적으로 4차 추가경정예산안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12조원이 넘는 긴급재난지원금을 물쓰듯 펑펑 뿌리더니 정작 최악의 물난리 대응을 위한 재정여력이 부족해지자 또 추경을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과거 재난지원금 이슈가 불거졌을 때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더 어려운 상황을 대비해 재정여력을 비축해야 한다”면서 소득하위 70%로 한정해 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역설했지만 여당은 전 국민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4차 추경 얘기가 돌자 관가에서는 “홍 부총리의 판단이 옳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0일 수해대책과 관련해 “예비비 지출이나 추경 편성 등 필요한 제반 사항과 관련해 고위 당정협의를 열겠다”며 4차 추경을 공식화했다. 야당도 동조하는 분위기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돈을 많이 써서 예산이 남은 게 없다”며 “수해 규모가 너무 커 추경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수해 대응 추경까지 이뤄지면 이는 올해 네 번째 추경이 된다. ‘추경 중독’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 들어 추경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뤄졌다. 집권 첫해인 지난 2017년 일자리 추경(11조2,000억원)을 편성한 데 이어 2018년 청년일자리 추경(3조8,000억원), 2019년 미세먼지 및 경기대응 추경(5조8,000억원)을 내놓았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한다며 48년 만에 세 차례에 걸쳐 총 59조원 규모의 추경을 단행했다.
<여당 4차 추경카드 공식화 하자…洪 “예비비 확보” 에둘러 반대>
민주당의 이 같은 4차 추경 검토에 홍 부총리는 난색을 표했다. 당정협의 때 엇박자가 불거질 수 있다. 홍 부총리는 이날 4차 추경 논의와 관련해 “예비비 2조6,000억원이 확보됐다”며 에둘러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4차 추경 편성에 대한 생각을 묻자 “현재 1조9,000억원의 목적예비비와 7,000억원 수준의 일반예비비 등 총 2조6,000억원의 예비비가 확보돼있다”며 “모두를 집중호우대책비로 쓸 수는 없지만 특별재난 상황에서 부채를 감내할 수 있는 여러 보완장치가 추가로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민주당이 정부와 검토하겠다고 밝힌 4차 추경 편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세종=한재영·하정연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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