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의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그룹이 쌍용차(003620)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업체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신규 투자가 확정될 경우 대주주 지위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마힌드라는 쌍용차 지분 축소를 위한 이사회를 열고 주주 승인을 받을 계획이다.
파완 쿠마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지난 7일(현지시각) 진행된 마힌드라의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쌍용차가 일부 투자자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적절한 시점에 해당 투자자의 지위에 대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쌍용차에 관심을 보이는 업체로는 지리·BYD·체리 등 중국 완성차 업체 3곳 정도가 꼽힌다. 마힌드라와 쌍용차의 바람대로 새 투자자가 등장할 경우 해당 업체는 쌍용차의 1대주주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쌍용차의 새 투자자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마힌드라는 이를 위한 사전 작업에 돌입했다. 우선 고엔카 사장은 “마힌드라나 쌍용차가 새 투자자를 찾는다면 마힌드라 지분은 50% 미만이 될 예정이다”라고 밝혀 대주주 지위 포기 의사를 밝혔다. 구체적인 실행 방침도 나왔다. 외신에 따르면 마힌드라는 이사회를 열고 쌍용차 지분율을 50% 미만으로 낮추기 위해 우편 투표를 통해 주주 승인을 받기로 합의했다. 현재 마힌드라는 쌍용차 지분 74.65%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쌍용차의 새 투자자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마힌드라가 지분을 50% 미만으로 축소할 경우 유동성 위기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쌍용차는 마힌드라의 신용을 바탕으로 BNP파리바·JP모건 등 외국계 은행으로부터 2,000억원가량의 단기 차입금을 빌렸다. 이들 자금은 마힌드라가 쌍용차 지분 51% 이상을 보유한다는 조건 아래 지급됐다. 쌍용차의 새 투자자가 부재한 상황에서 마힌드라가 대주주 지위를 포기할 경우 외국계 은행의 자금 상환 요구가 빗발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산업은행은 쌍용차가 이달 중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일 단위로 회사 자금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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