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투자가 업계 최초로 해외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한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상장을 추진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언택트)이 대세가 되면서 몸값이 껑충 뛴 데이터센터가 얼어붙은 국내 리츠 투자심리를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투는 이지스자산운용과 손잡고 북미 데이터센터 기업 ‘밴티지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 지분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리츠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금투가 총액 인수한 에쿼티 1억5,000만달러(약 1,780억원) 중 절반가량을 공모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산에 대한 자신감으로 전부 셀다운(재판매)하기보다는 리츠로 공모에 나서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투는 파인스트리트자산운용이 조성한 펀드를 통해 밴티지데이터센터에 투자했다. 밴티지데이터센터는 국민연금이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콜로니캐피털과 CBRE칼레돈이 지분 80%를 보유 중이다. 하나금투는 CBRE칼레돈 측의 펀드에 투자했다. 밴티지데이터센터는 본사인 미국 산타클라라에 7개, 퀸시에 2개, 캐나다 퀘백에 2개, 몬트리올에 1개 등 총 12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주요 임차인은 마이크로소프트(55%), 엔비디아(13%), 보잉(5%) 등으로 구성됐다.
하금투는 우량 임차인 외에도 산타클라라에 산업용 유휴부지가 부족하고 땅값이 비싸 추가로 데이터센터를 짓기 어렵다는 점, 데이터센터의 비용 절반을 차지해 수익성을 좌우하는 전기료가 산타클라라(㎾당 10센트), 몬트리올·퀘백(4.4달러) 등이 주(州) 평균보다 최대 40% 이상 저렴한 점도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하금투의 데이터센터 리츠의 상장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한다. 최근 리츠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것이 이유다. 하금투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올해 1~4월 미국 데이터센터 리츠의 수익률이 18%대로 임대주택(-22.3%), 오피스(-28.9%), 쇼핑센터(-42.5%) 대비 안정적 수익을 기록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국내 증시가 반도체·바이오·2차전지 기업을 중심으로 주가가 급등하고 공모주 역시 경쟁률이 3,000대1을 기록하는 등 투자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안정적 배당 수익이 무기인 리츠가 투자심리를 자극하지 못하는 이유다. 더욱이 해외 자산을 기반으로 한 리츠의 투자심리도 좋지 않다. 첫 해외 자산 리츠인 제이알글로벌은 소액 우선 공모제도를 도입했음에도 일반청약에서 0.23대1에 그쳤다./강도원·김기정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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