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한 부동산 관련 발언에 대해 전문가들이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주택시장이 안정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며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부동산시장감독기구’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해외 사례를 들며 무제한 계약갱신청구권과 표준임대료를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이 안정되고 있다’는 데도 동의하기 어렵지만 규제의 부작용을 더 센 규제로 막겠다고 한 것은 20여차례 이상의 집값 대책 실패에도 불구하고 그 방향으로 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시장을 부정하는 규제 만능주의로는 결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 11일 서울경제가 부동산 전문가 7인에게 문 대통령의 10일 발언을 토대로 부동산 시장 인식에 대해 물은 결과 ‘집값 도그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정부가 일정 부분 시장에 개입해야 하나 지금은 무조건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는 지적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시장에 개입하더라도 시장이 따라올 수 있는 방향이 돼야 한다”며 “부동산감독기구 설치 검토는 한마디로 부동산 시장 참여자 전체를 나쁜 사람으로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장을 안심시키려는 의도는 이해하나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느냐의 문제”라며 “여러 자료를 갖고 해석해야 하는 데 유리한 기준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다 보니 현실인식과 괴리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은 “규제를 하면 할수록 되레 편법이 판을 치고 공급이 줄어든다. 이는 가격 상승과 분쟁으로 이어져 마침내 서민 주거 안정에 해가 된다”며 규제 만능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전문가들은 주택 가격 등락에만 얽매이지 말고 큰 그림을 보라고 조언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는 현재 상당수의 부동산 참여자들을 적으로 보는 나쁜 프레임에 갇혀 있다”며 “비서진 총사퇴를 계기로 시장을 통제하고 관리하려는 태도에서 벗어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윤선·김흥록·양지윤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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