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사실상 독점적인 메신저이지만 미국에서는 비중이 한참 낮은 위챗(중국명 웨이신)이 정작 미국에서 최근 논란이다. 오픈 10년만에 위챗이 최대 위기를 맞은 셈이다. 위챗의 운영사인 중국 텐센트(중국명 텅쉰)의 운명도 기로에 서게 됐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영문판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는 11일 “미국의 위챗 금지가 (미국내 중국인들의) 삶을 뒤흔들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위챗은 이들 중국인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서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정보교류, 생활 및 사업수단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다른 나라 사람들의 다른 SNS 이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뉴욕에서 2년 이상을 살고 있다는 아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중국인은 글로벌타임스에 “미국에서 중국인들은 교류하는 데 대부분 위챗을 사용한다”며 “미국 생활에 대한 정보를 얻거나 뉴스도 이를 통해 얻는다”고 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내 위챗 사용자가 150만명 내외라고 추산했다.
비슷한 보도는 미국 내에서도 이어진다. 미국 블룸버그통신도 위챗 금지로 중국 본토의 가족, 친구들과 소통창구가 사라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미국 내 중국계 이민자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앞서 지난 6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국내 개인이나 기업이 45일 이후 위챗을 운영하는 텐센트와 거래를 금지하게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텐센트에게 위챗 사업을 매각하든지 아니면 미국내 위챗 접속을 막아버리겠다는 것이다. 이번 거래금지 대상에는 중국의 동영상공유 어플리케이션인 틱톡도 들어있지만 파장이라는 면에서 위챗이 훨씬 크다.
위챗은 중국 거대 정보통신(IT) 기업인 텐센트가 운영하는 SNS다. 위챗의 사용 방식은 한국의 카카오톡과 비슷하다. 미국의 페이스북 같은 기능도 있다. 외부인에게는 미국내 중국인들의 걱정이 잘 이해되지 않는 면도 있다. 만약 위챗이 금지된다면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을 쓰면 되지 않느냐는 의문이다.
물론 이에 대한 답은 중국 정부가 이미 내렸다. 중국 정부는 자국내에서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등 해외 주요 SNS 사용을 금지했다. 해외의 유해한 정보가 중국내로 반입되는 것을 막겠다는 이유에서다. 즉 미국내 중국인들은 위챗을 자유롭게 사용하는데 반해 중국내 미국인들은 페이스북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또 한국내 중국인들이 위챗을 자유롭게 사용하는데 반해 중국내 한국인들은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못한다.
분명한 ‘상호주의’ 위배다. 한국이나 미국의 정부와 해당 기업들이 줄기차게 항의했지만 여전히 시정되지 않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중국에서는 구글이나 다음 등은 물론이고 주요 해외 언론들도 접속할 수 없다. 중국 정부가 막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위챗 금지 예고에 대해 보복하겠다고 공언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7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자국 기업의 정당한 합법적 권익을 확고히 지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이미 중국은 조치를 취하고 있다. 위챗과 유사한 해외의 서비스에 대해 중국 내에서의 접속은 이미 차단된 상태다. 중국 정부가 미국의 ‘위챗 금지’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어딘지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이 페이스북에 대한 규제를 풀면 미국도 위챗을 막을 명분이 없어진다. 틱톡 논란도 마찬가지다. 중국에서 유튜브가 되면 미국에서도 틱톡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계 중국인들이 미국 정부의 위챗 금지에 대해 항의하기에 앞서 자국(중국) 정부에게 먼저 규제를 풀라고 하는 것이 순서가 맞다. 중국 정부에는 입도 뻥긋 못하면서 미국 정부에만 ‘소송’ 운운하는 것은 도리에도 어긋난다.
물론 중국 내에서의 위챗 비중은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등보다 훨씬 크다. 중국에서 위챗은 단순히 하나의 SNS에 그치지 않는다. 사실상 중국인들의 모든 생활을 포괄한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위챗 안에서 사람들이 생활하기 때문에 개인정보도 모두 모인다. 중국 정부가 국민들의 생활을 감시하는 데 위챗을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은 현재 시행 중인 ‘사이버보안법’을 활용해 영장 없이도 기업의 테이터를 검열하고 규제할 수 있다.
중국 관영 매체의 이미지메이킹을 통해서 최근 중국인들에게는 악의 화신처럼 취급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중국에 모기업을 둔 틱톡이나 위챗 같은 앱은 공산당의 콘텐츠 검열을 위한 수단이자 미국인의 개인 정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텐센트가 위챗을 처음 오픈한 것은 지난 2011년 1월이다. 앞서 그 전해에 오픈한 한국의 카카오톡을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두 SNS는 시작은 비슷했지만 이념을 분명히 달랐다.
위챗은 이후로 거대하지만 폐쇄적인 중국 시장을 배경으로 서비스 범위를 무한정 확대한다. 지난해 말 현재 중국인구 14억명 가운데 12억명이 위챗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홍콩증권거래소에 따르면 텐센트는 위챗을 기본 사업으로 지난해 4,119억 홍콩달러(약 63조원)의 총 매출을 올렸다. 전년대비 12.8%가 늘어난 규모다. 텐센트가 중국 정부의 검열정책에 반대했으면 이러한 성공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물론 위챗 이용 자체는 무료다. 이는 카카오톡이 무료인 것과 같다. 위챗은 가입자들을 기반으로 수익모델을 늘렸다. 대표적인 것이 게임이다. 유료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돈을 벌기 시작했다. 현재 텐센트는 세계 최대의 게임업체 중에 하나다.
전자지불 서비스인 위챗페이도 마찬가지다. 중국 전자지불 시장은 텐센트의 위챗페이와 알리바바의 알리페이로 크게 양분돼 있다. 알리페이가 알리바바라는 전자상거래 대금 결제를 위해 만들어졌다면 위챗페이는 상대적으로 생활 속의 거래에 치중한다. 즉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개인간에 금전거래를 하는데 중국인들은 대부분 위챗페이를 사용한다. 이외에 위챗페이는 디디추싱 같은 공유자동차를 부를 수 있고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기도 한다.
위챗을 중국 뿐만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 중요하게 만든 최근의 이벤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가져왔다.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건강코드’ 앱을 만들었는데 이를 위챗 기반으로 한 것이다. 이 건강코드가 없으며 중국에서 다중이용시설을 출입할 수 없다. 공원에 들어가는데, 일반 빌딩이나 식당에 들어가는데도 건강코드를 확인한다.
스마트폰이나, 특히 위챗 앱이 없으면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역시 최고의 수혜자는 텐센트였다. 위챗이 중국인의 필수품이 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영업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텐센트 만은 예외였다. 최근 들어 미국의 위챗 공세로 다소 주춤하지만 홍콩증시에 상장된 텐센트 주가는 올해 들어서 11일 현재까지 37.78%가 상승했다. 같은 기간 홍콩 항셍지수는 11.65%가 하락한 것과 크게 비교된다.
위챗의 이런 중국 시장 장악이 한국이나 미국 등에서라면 반독점 위반 소지도 있다. 중요한 것은 중국 정부가 이런 정도의 사업확장을 용인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마화텅 텐센트 회장은 중국의 입법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이기도 하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중국에서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어쩔 수 없이 위챗을 사용해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더 주의해야 한다. 늘 감시받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중국 정부는 주기적으로 위챗을 포함한 모든 SNS 들을 검열해서 민감한 내용을 삭제한다. 외국 언론의 접근이 차단된 상황에서 중국인들도 자국 매체들의 검열된 내용만 보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의 인터넷 검열 및 차단 시스템을 서방세계에서는 만리장성에 빗대 ‘만리방화벽’이라고 부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소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중국의 가장 인기 있는 메신저(위챗)가 코로나19 관련 채팅 그룹(대화방)의 글까지 검열하고 있다”면서 “이는 기본적인 건강 및 안전 정보에 대한 대중의 접근을 잠재적으로 위협하는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만약 미국의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것의 중국내 사용을 허용한다면 이는 중국 체제 자체를 유지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중국 정부는 이들 해외 사이트에 대해서도 중국의 검열 법률을 지키라고 요구하고 있다. 물론 해외 기업들은 이를 거부한다.
이에 따라 현지 전문가들은 미국의 위챗 금지를 미중 무역전쟁의 연장선상에서 해석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18년 “중국이 무역과 산업정책에서 불공정행위를 하고 있다”면 무역전쟁을 발동했다. 위챗 금지는 중국에서 트위터나 페이스북, 유튜브, 구글이 금지된 데 대한 보복이라는 것이다. 무역전쟁이 확대될 경우 중국의 다른 거대 IT 기업인 바이두와 알리바바의 미국 내 이용금지 가능성도 제기된다.
단기적으로는 중국 본토와 미국 사이에 중국인을 매개로 이뤄지는 정보교류를 끊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이 끊임없이 미국의 중요 정보를 탈취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짐 루이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사이버보안 전문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에 “위챗 퇴출은 미국과 중국 사이 연결고리를 깨려는 보다 큰 계획”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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