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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와 여행에 박물관·미술관이 빠질 수 있나

14~23일 '박물관·미술관 주간'

'미술가의 서재''백리섬 섬길' 등

테마가 있는 여행 프로그램 마련

광화문엔 초대형 미디어아트

문화상품 할인 바자회도 개최

제주의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전경. /사진제공=국립박물관문화재단




삼다도 제주에 바람·여자·돌만 많은 게 아니다. 다양한 박물관·미술관이 있고 예술이 넘쳐난다. 덤불 숲이라는 뜻의 제주 방언인 ‘곶자왈’은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을 뜻하지만 곶자왈 자락의 미술관들은 인간의 손이 빚은 예술의 귀한 가치를 보여준다. 제주현대미술관을 거쳐 ‘물방울’로 유명한 김창열 화백의 주요 소장품을 보유한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을 지나 저지리 문화예술인마을까지 도달하면 말이 통하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와 닿는 자연과 예술을 경험할 수 있다. 제주 모슬포에는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소속 선박의 선원으로 1653년 제주에 도착했다 ‘하멜 표류기’를 쓴 헨드릭 하멜의 흔적도 남아 있다. 2020박물관미술관주간을 맞아 기획된 미술관 여행 프로그램 ‘곶자왈 판타지’는 하멜의 흔적에 착안해 외국인과 한국인이 팀을 이뤄 제주의 예술 명소를 누비며 탐색하게끔 짜였다.

고령 지역의 박물관,미술관과 연계해 역사와 설화를 탐방하는 ‘대가야와 일곱 난, 쟁이’ 프로그램. /사진제공=국립박물관문화재단


‘일상의 위로, 나를 위한 여행’을 표어로 내세운 ‘2020박물관·미술관 주간’이 14일부터 23일까지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국립박물관문화재단과 ㈜시월이 공동주관하는 이 행사는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지역 특색을 연계한 ‘주제가 있는 박물관·미술관 여행’ 프로그램을 기획해 눈길을 끈다.

여수 돌산에서 고흥 영남까지의 섬과 섬을 11개 연륙교로 연결한 도로는 ‘백리섬 섬길’이라고 불린다. 배를 타야 오가던 섬을 차로 이동할 수 있다. 여수미술관의 전시를 본 후 둔병대교, 조화대교 등을 건너 섬을 만나고 낭도에서는 여수의 숨은 설화를 들을 수 있다. 고흥까지 넘어가면 고흥분청문화박물관, 남포미술관 등이 독특한 문화를 경험하게 한다. 대가야의 흔적을 품은 경북 고령을 찾는다면 가얏고마을에서의 가야금체험, 우륵박물관과 대가야박물관 관람, 대가야 고분군 트래킹 등이 가능하다. 백제문화의 보고인 전북 익산에서는 국립익산박물관에서 시작해 미륵사지일대를 돌아보고 박물관 체험실, 왕궁리 유적 등을 다니며 여행과 교육 효과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비대면 시대를 공략한 ‘온라인 여행’도 마련했다. 부산에서는 ‘미술가의 서재’를 주제로 1960~70년대 부산 미술의 중심 무대이던 원도심과 산복도로, 보수동 책방골목, 부평동 깡통시장 등을 돌아보며 예술가들이 어디서 영감을 얻었을지 짚어본다. 이천의 경기도자박물관은 도예 작가, 전시 기획자 등과 함께하는 ‘온라인 도자 문화여행’을 기획했다.





기존에 국립중앙박물관을 중심으로 학술·교육 행사 위주로 진행되던 ‘박물관·미술관 주간’은 올해부터 규모를 키우고 내실을 다졌다. 프랑스 파리의 경우 2002년부터 10월 첫째 토요일에 국공립미술관과 화랑들이 일명 ‘파리 백야 축제(La Nuit Blanche·라뉘블랑쉬)’를 열어 밤을 지새며 예술을 만끽하게 한다. 현대미술의 거점으로 부상한 독일 베를린에서 9월마다 열리는 ‘베를린 아트위크’는 예술가만 1,000여 명 이상을 집결시켜 예술도시 베를린을 각인시킨다. 우리의 경우 여전히 ‘문턱’ 높은 박물관·미술관에 대한 국민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박물관·미술관 주간’의 우선적 목표다. 15% 안팎에 불과한 관람률을 지역 문화센터·복지센터 방문율인 30%대로 끌어올리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올해 세계박물관협회(ICOM)와 강조한 ‘평등을 위한 박물관: 다양성과 포용성’을 주제로 한 미술관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박물관협회가 개최해 도록과 문화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바자회도 열린다.

경기도 화성의 소다미술관과 그 일대에서 도시재생과 건축을 주제로 펼쳐지는 ‘도시는 미술관’ /사진제공=국립박물관문화재단


13일 저녁 광화문 일대에서는 ‘거리로 나온 박물관(뮤지엄)’을 주제로 한 야외 미디어아트 전시가 개막식 성격으로 선보인다. 전통 서화, 고전 명화를 소재로 움직이는 영상작품을 구현하는 미디어예술가 이이남, 작가 장승효와 김용민이 팀을 이룬 ‘꼴라쥬플러스’가 경복궁 정문 담장을 가로 35m, 세로 3.5m의 초대형 엘이디(LED) 작품들로 뒤덮는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찾아가야 감상할 수 있던 작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전시장 밖 거리로 불러내는 셈이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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