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힘겨운 시기를 보내면서도 남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한국인들의 모습에 반했습니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한국인들이 다시 하나로 뭉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코로나19와 함께 살아야 하는데 마음을 하나로 뭉치면 못해낼 일이 없습니다.”
함제도(Gerard E Hammond·사진) 신부는 12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메리놀 외방전교회 한국지부에서 열린 ‘선교사의 여행’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에서의 60년 생활을 이같이 정리했다. 아일랜드계 미국인인 함 신부는 지난 1960년 메리놀회 선교사 자격으로 한국을 찾아 청주교구 북문로·수동·괴산 성당에서 주임 신부를 지냈다.
‘선교사의 여행’은 한국에서 60년간 선교사로 살아온 함 신부의 생애를 기록한 책이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자 3명이 함 신부를 만나 20시간 넘게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했다. 함 신부는 “1960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배를 타고 캄캄한 바다를 건너 한 달 반 만에 한국에 도착했다”며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6개월만 있다가 미국으로 돌아가려고 생각했는데 벌써 60년이 흘렀다. 역시 하늘이 하는 일은 알 수 없다”고 회고했다. 1989년부터는 북한 결핵 환자 지원사업에 힘쓰며 지금까지 60차례나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는 “정치·종교를 떠나 한 민족으로서 북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미국 여권이 있는 나는 북한 입장에서 원수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을 갖고 북한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한은 하나로 뭉쳐야 잘살 수 있는 나라”라며 “선교사인 내가 쓴 책이 한반도 평화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사제 수품 직후 한국으로 온 함 신부는 올해 사제가 된 지 60주년인 회경축을 맞았다. 13일 경기도 파주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서는 이를 축하하는 감사 미사가 열릴 예정이다. 함 신부는 “한국에 와서 29년을 산 청주가 내 고향”이라며 “청주교구 성직자 묘지에 묏자리를 하나 부탁해놨다. 은퇴 후에는 미국이 아닌 청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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