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보험(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차량을 운전했어도 차주가 아니라면 현행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자동차손배법상 무보험차는 도로에서 운행할 수 없다고 규정했지만 처벌 대상은 해당 차량의 소유주라는 판단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남모씨의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위반 상고심 선고에서 무죄를 선고했던 원심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남씨는 지난 2019년 4월 경북 울진군 한 도로에서 술을 마신 채 지인의 오토바이를 몰다 단속에 적발됐다. 당시 무면허이기까지 했던 그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무면허운전 혐의로 기소됐다. 게다가 당시 운전하고 있던 오토바이가 책임보험조차 가입하지 않은 ‘무보험차’임이 밝혀지면서 자동차손배법 위반 혐의도 추가됐다.
남씨 측은 자동차손배법에서 규정한 처벌 대상인 ‘자동차 보유자’가 아니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현행 자동차손배법 46조2항2호를 보면 의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자동차를 도로에서 운행해서는 안 되며, 보유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1심은 의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오토바이를 운행한 게 인정된다며 남씨에게 음주운전·무면허 혐의에 얹어서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2심 역시 형량은 징역 8개월로 똑같았지만 자동차손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자동차를 빌려서 이용했다는 사정만 갖고 자동차손배법상 ‘자동차 보유자’로 볼 수는 없다”며 “이 사건의 오토바이에 대한 책임은 차주에게 있다 봐야 한다”고 밝혔다. 차주가 친구 등에게 차를 무상으로 빌려줬을 때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자동차 보유자는 차량 주인이 맞다는 판단이다. 이 같은 판단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다만 남씨는 음주운전·무면허운전 혐의에 대해 상고를 포기함에 따라 징역 8개월의 형은 확정됐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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