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벤처 압타머사이언스는 지난 3월 상장을 위해 공모시장을 노크했다. 진단키트와 신약개발 능력을 인정 받았고 공모 규모도 크지 않아 상장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수요예측을 직전에 두고 전격 상장일정을 철회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주식시장을 덮치며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연내 상장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부정적 전망까지 나왔다. 그랬던 압타머사이언스가 6개월 만에 기업공개(IPO)에 다시 도전한다. 공모 규모도 3월에 비해 오히려 늘려 잡았다. 그만큼 상황이 달라졌다는 의미다.
코스피지수가 2,400을 넘는 등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면서 공모를 철회하거나 일정을 자체 연기했던 바이오 기업들이 속속 IPO에 나서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압타머사이언스는 다음달 상장을 위해 130만주를 공모한다. 공모희망가는 2만~2만5,000원, 공모금액은 260억~325억원이다. 목표 공모금액이 10%가량 늘어났다. 코로나19 진단법을 개발하며 공모에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같은 시기 상장일정을 철회한 노브메타파마도 곧 공모에 재돌입한다. 투자자설명회를 준비하고 있고 이르면 다음주 중 공모 규모 등을 담은 증권신고서를 제출한다는 소식도 있다. 지난해 10월 상장 예비심사를 승인받은 노브메타파마는 바이오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 효력 연장 혜택을 받았다. 올해 10월까지 상장을 마치면 되는 상황. 다만 코스닥지수가 좋은 지금이 상장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8~9월 공모에 돌입하는 바이오 관련 기업은 두 회사뿐이 아니다. 미코바이오메드·피엔케이피부임상연구센타·이오플로우·피플바이오·퀀타매트릭스·박셀바이오 등도 수요예측 및 청약을 진행한다. 이날 기준으로 오는 9월까지 공모를 진행하겠다고 공시한 기업은 총 10여개사다. 이 중 카카오게임즈 등을 제외한 7개사가 바이오 관련 기업이다.
제조업 등 다른 업종에 비해 바이오 기업이 유독 상장에 적극적인 것은 공모성적이 주가 흐름과 밀접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회사가 실적을 내지 못하고 기술을 앞세워 상장하고 있는데 주식시장 상황이 어려워지면 불확실성으로 바이오 투자가 줄어든다. 한 IPO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목표했던 시기를 넘겼던 기업들도 최근 코스닥지수가 800 중반을 넘어서는 등 시장 상황이 좋아지자 IPO를 서두르고 있다”며 “주관사들에 빠른 상장을 요청하는 회사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벤처캐피털(VC) 등 재무적투자자(FI)가 많은 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FI 투자금 회수의 유일한 방법으로 상장이 꼽히면서 FI가 주요주주인 회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상장에 나선다는 분석이다. 이오플로우·피플바이오·퀀타매트릭스·압타머사이언스·박셀바이오 등 공모를 앞둔 기업 대부분이 FI 투자를 받았다.
다만 다양한 바이오 공모주들이 쏟아지면서 신중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식시장이 살아나는 틈을 타 다소 역량이 부족한 회사들이 상장을 추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경준 혁신투자자문 대표는 “실적보다 기술력, 미래 성장 가능성을 기반으로 상장하는 바이오 기업 특성상 주식시장이 좋을 때 공모성적도 좋은 경향이 있다”며 “다만 (주식시장이 좋을 때일수록) 다소 역량이 부족하거나 IPO 시기가 도래하지 않은 기업들도 시장에 편승, 상장을 강행할 수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민석기자 se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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