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상한제가 시행되면서 주택 소유주와 세입자 간 다툼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가 변수로 등장했다. 지자체에서 법적 임대료 상한선인 5%보다 더 낮은 비율을 상한으로 지정할 권한을 보유함에 따라 주택 소유주와 분쟁이 발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부는 지자체의 임대료 상한 지정과 관련해 조례 지정 이전에 체결한 계약 건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하지 않기로 우선 방침을 정했다. 앞서 각종 부동산 규제가 소급 적용되면서 시장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에 부담을 느낀 탓이다.
13일 국토교통부와 법무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월세상한선의 지자체 조례 결정과 관련해 기존 체결한 계약 건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월세상한제 시행 이후 법적 상한선인 5% 인상에 맞춰 체결한 계약 건 모두 지자체 조례에 관계없이 효력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지자체에서 조례로 3%를 상한선으로 지정한다더라도 해당 계약 건은 5% 인상을 그대로 적용받아 주택 소유주가 세입자에게 차액을 되돌려줄 필요가 없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무부와 아직 협의가 끝나지 않았지만, 국토부 실무진 입장에서는 소급 적용을 하지 않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면서 “이를 소급 적용하면 예상하지 못한 재산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지난달 시행된 전월세상한제를 통해 임대차 계약 갱신 시 임대료를 5%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상한을 정했다. 여기에 더해 각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5% 한도 내에서 추가로 상한선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각 지자체가 조례 정비를 위해 분석 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올해 말 무렵에는 지역별로 새로운 상한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여권이 강세인 지역에서는 조례로 상한선을 3~4%까지 낮추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부동산 업계는 이에 대해 혼란스럽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주택 소유주들이 법적 상한선인 5%마저 인상을 못 하는 것인지 궁금해한다”며 “전월세상한제법 통과와 시행도 갑작스럽게 이뤄졌는데 지자체 변수까지 등장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주택 소유주와 세입자 간 눈치 싸움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소급 적용을 하지 않는다면 집주인 입장에서는 조례 제정 전 최대한 5%에 가깝게 임대료를 올려 재계약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 반면 세입자로서는 5% 상한보다 낮게 책정될 것으로 보이는 지자체 조례를 기다리는 것이 이익이기 때문이다.
지자체에서 최대한 빨리 조례 정비를 마치는 것이 혼란을 줄이는 방안인데 이 역시 쉽지 않다. 조례의 영향을 받는 주민들이 다수인 상황에서 시군구청장이 임의로 밀어붙이기에는 부담 요인이 크기 때문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임대료 상한선에 대해 주민들을 설득시키려면 물가상승률, 지역별 임대료 비교, 경제적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제시해야 한다”며 “1~2개월 내 끝날 수 있는 작업은 아니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이러다 보니 업계에서는 조례 개정까지 최소 5~6개월은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다수 지자체는 속전속결로 조례를 지정하기보다 인접 지자체의 정책 방향을 살피며 조심스레 상한선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행정절차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조례 지정까지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