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비대면) 열풍에 육류마저 온라인으로 들어왔다. 대형마트 또는 정육점 등 주로 오프라인 매장이 경쟁력으로 내세웠던 신선상품까지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다. 육류 카카오톡 선물하기, 주문 다음날 새벽에 배송해주는 육류판 ‘마켓컬리’까지 등장했다.
16일 식품·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푸드의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양념육과 포장육 등 육류 가정간편식(HMR)의 온라인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눈으로 신선도를 확인한 후 구매하는 것이 정석처럼 여겨졌던 육류도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비대면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 특히 최근 1인 가구를 비롯한 혼밥족, 맞벌이 부부 등이 늘어남에 따라 1인용 소포장 육류 HMR은 식품업계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기 “쿠팡에서 산다”…카카오톡 고기 선물하기도 인기=신세계푸드는 언택트 육고기 시장에 선도적으로 뛰어들었다. 온라인 전용 상품인 ‘올반 우삼겹’, ‘올반 숯향 불고기’은 2017년 출시 당시만 해도 ‘온라인에서 파는 이색 육류 상품’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전년 대비 3배 많은 150만개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또 지난해에는 춘천식 닭갈비, 오리 불고기, 숙성 허브 삼겹살, 고추장 돼지불백 등 국내 소비자가 즐겨찾는 메뉴 16종으로 소포장 양념육의 종류를 확대해 SSG닷컴, 쿠팡, 마켓컬리 등 온라인몰에서 300만개를 판매했다. 이는 소포장 양념육을 선보인 2016년에 비해 6배 증가한 수치다.
이제는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육류 소포장을 주고받는 것도 어색하지 않다. 신세계푸드는 지난 6월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비롯한 11번 등 온라인몰에서 구입할 수 있는 ‘올반 소고기 구이’ 간편식 3종을 출시, 라인업 확대에 나섰다. 신세계푸드는 올해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소포장 육류 간편식의 라인업을 26종까지 늘릴 계획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으로 육류 구매를 경험해 본 소비자들이 품질과 맛, 위생 측면에서 만족도가 높아 앞으로도 온라인 구매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커머스 쿠팡에서 육류를 구입하는 것은 이젠 익숙한 풍경이 됐다. CJ프레시웨이도 식자재 유통의 소싱, 유통 경쟁력을 기반으로 쿠팡과 손을 잡고 냉동 육고기 밀키트 ‘부쳐스킷’ 지난 5월 출시했다. 부쳐스킷은 5월말 출시된 이후 2개월 만인 7월 기준으로 초도물량 대비 약 8배 넘게 판매됐다. 닭고기 전문업체 하림도 최근 부분육 6종과 닭볶음탕용 절단육 1종 등 온라인 전용 제품을 출시하고 쿠팡에서 단독 판매에 들어갔다.
◇온라인 최초 숙성고기부터 육고기 마켓컬리까지=‘온라인 정육점’이라고 불리는 육류 전문 스타트업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 6월 아이언가이즈는 프리미엄 숙성육 전문 온라인몰 ‘미트탐’을 론칭했다. ‘국내 최초 온라인 숙성고’라는 슬로건으로 기존의 정육점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숙성육을 새벽배송, 택배배송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도축한 지 4일 미만인 돼지고기만을 판매해 축산물의 생명인 신선도를 보장한다는 전략을 펴고 있는 스타트업 ‘정육각’은 최근 한달 매출 12억원을 기록했다. ‘정육각’ 사이트에 들어가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택배로 받아볼 수 있다. 신선식품의 새벽배송 시대를 연 ‘마켓컬리’의 정육점 버전인 셈이다. 돼지고기 외에도 당일 도계한 닭고기, 부위별로 숙성시킨 소고기, 당일 닭이 낳은 달걀, 당일 착유한 우유 등도 판매한다. 재구매율이 80%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도심형 정육점 ‘앵거스박 쇠고기상점’을 운영하는 육류 수입·가공업체 ‘선우엠티’는 지난해 온라인 육가공 판매 기업 ‘푸드장’을 인수하고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푸드장은 생고기, 양념육, HMR 등을 온라인에서 판매하는데, 일반배송과 함께 당일배송, 고객이 원하는 날짜에 원하는 장소로 배달해주는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 2명 중 한 명 고기 온라인 구매 의향 있다=소비자들의 육류 온라인 소비에 대한 인식도 개선되면서, 육류 온라인 판매는 낯선 것이 아닌 편리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돈 전문 생산자 브랜드 ‘도드람’이 최근 30~50대 주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돼지고기 온라인 구매 의향’을 묻는 질문에 ‘구매하겠다’는 답변은 2018년 30%에서 올해 43.5%로 13.5%포인트 상승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19 가공식품 소비 조사결과’에 따르면 온라인 식품 품질 만족도가 5점 만점에 3.85점으로 전체 만족도 보다 높게 나타났다.
육류 온라인 판매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형마트, 정육점 등 오프라인의 마지막 경쟁력으로 여겨졌던 육류 판매 마저 온라인이 일상이 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으로 육류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신선도 등 막연하게 갖고 있는 부정적인 인식이 줄고 있다”며 “대표적인 외식메뉴였던 고기가 코로나19와 비대면 소비라는 변수를 만나며 집밥의 영역으로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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