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북극해를 누빌 쇄빙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를 두고 한국과 중국의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선박 건조 기술력이 앞서는 한국이 당장은 우위에 있지만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LNG 프로젝트 지분을 확보한 중국이 협상력을 키워 추격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기술 격차가 좁혀질수록 협상력이 센 중국의 입지가 넓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LNG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러시아의 ‘수주 금맥’을 캐기 위해서는 중장기적 국익을 관철해나갈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시장으로서의 이점과 주요 가스전 개발 지분 참여, 저리의 선박금융 등을 내세워 한국 조선업체의 주력 분야인 LNG선을 공략하고 있다.
러시아의 북극 LNG개발 프로젝트인 ‘아틱 LNG-2’에서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와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지난해 7월 지분 10%를 출자했다. 이은영 KDB 미래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 국유 에너지기업들이 LNG 사업 투자 및 수입에 있어 역할을 하며 중국 후둥중화조선이 유력한 쇄빙 LNG선 수주 후보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조선업계에서는 후둥중화가 기술력의 한계에도 지난 4월 카타르 국영 석유사인 카타르페트롤리엄(QP)과 슬롯 예약 계약을 체결하고 일반 LNG선 16척을 수주한 것이 중국이 카타르산 LNG 구매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의 1차 북극 LNG 프로젝트(야말)에 대한 지분 투자로 일반 LNG선 4척을 비롯해 장비 등을 자국 업체가 수주하도록 지원한 경험이 있다. 이 프로젝트에서 중국 해운사들은 85억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장비 및 원자재 수출금액은 76억달러에 달했다. 한국은 대우조선해양(042660)이 15척의 쇄빙 LNG선을 납품한 것 외에는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최근 중국 해운·조선업체들은 아틱 LNG-2에 투자한 일본 해운사들과도 손을 잡고 있다. 지난해 8월 일본의 MOL과 중국 CCSG 산하 선사 CSET는 LNG와 에탄올 수송 파트너십을 강화했고 미쓰이해양개발(MODEC)과 중국 다롄조선 컨소시엄은 삼성중공업(010140)을 제치고 호주 바로사 가스전 사업 관련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 수주에 성공했다. 이 연구위원은 “중국의 위협을 견제하기 위해 기술 외적 요소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며 “정부의 중장기 에너지전략과 연계된 정책 조율을 통해 화주(LNG 수입자), 선주(해운사), 금융사, 조선사 등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협업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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