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 시행이 본격화하면서 서울 강동·성동구에서도 전용 84㎡ 기준 9억원을 넘는 전세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전세가 대출규제 가격 기준인 9억원을 넘어가는 사례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를 넘어 ‘비(非)강남’ 지역으로도 번져나간 것이다. 또 강남 3구에서는 대출 금지 기준액인 15억원을 초과하는 30평대 전세거래가 포착됐다. 임대차 3법으로 시장이 안정화될 것이라는 정부의 설명과는 달리 서울 곳곳에서 가격 급등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실수요자의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다.
1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의 신축 단지 ‘래미안솔베뉴’ 전용 84.6㎡가 9억8,000만원에 전세거래됐다. 강동구에서 전용 84㎡ 전세가 9억원을 넘긴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현재 강동구 신축 대단지의 전용 84㎡ 호가는 9억원 선에 형성돼 있다. 인근에 위치한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고덕아이파크’ 등 대단지 아파트도 전용 84㎡ 전세 매물이 9억원에 여럿 나와 있고 지난해 입주한 ‘고덕 그라시움’은 전용 84㎡의 호가가 10억~11억원까지 치솟았다.
성동구도 비슷한 상황이다. 성동구 옥수동의 ‘래미안옥수리버젠’ 전용 84.81㎡가 지난달 9억2,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고 이달 초에도 9억원에 손바뀜됐다. 5월 같은 평형의 전세 실거래가는 8억원대 초반 수준이었다. 행당동 ‘서울숲리버뷰자이’의 전용 84.9㎡ 전세가 지난달 말 9억원에 계약됐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해당 단지의 30평대 전세 실거래가는 7억~8억원 수준이었지만 전세 상승 흐름이 이어지면서 9억원을 넘은 것이다. 현재 시장에 나온 전용 84㎡의 전세 호가는 9억5,000만원에 달한다. 강북의 대표 지역인 마포구에서는 신축 단지를 중심으로 이미 9억원 이상인 30평대 전세 실거래가 여럿 포착됐다. 지난달 ‘마포한강푸르지오’ 전용 83.45㎡는 9억원, ‘e편한세상마포리버파크’ 전용 84.98㎡는 9억2,000만원에 전세거래됐고 ‘래미안마포리버웰’ 전용 84.99㎡는 이달 12일 9억5,000만원에 전세계약됐다.
서울 강남 3구에서는 ‘초고가 주택’ 기준가격인 15억원을 넘는 30평대 전세거래가 등장했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97㎡의 경우 이달 1일 15억6,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서초구 반포동의 ‘래미안 퍼스티지’는 전용 84.93㎡ 전세가 7월 말 15억6,000만원에 체결된 것을 시작으로 이달 12일에는 이보다 1억원가량 높은 16억5,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임대차 3법의 영향으로 임차시장에서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면서 서울 아파트 전세가가 끊임없이 상승하는 분위기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세시장의 수급불안이 심각한 수준까지 도달했다”며 “9월 이사철을 앞두고 물량 부족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돼 실수요자 피해가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전세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일각에서는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인 ‘전세가율’이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 지역 아파트의 전세가율(중위가격 기준)은 하향 곡선을 그려왔다. 지난 7월 서울 전세가율은 56.92%로 전달(57.46%) 대비 줄었고, 1년 전인 작년 7월(59.63%)과 비교하면 크게 감소했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아파트 매매가가 급등하면서 전세가율이 줄어든 것이다. 지금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급등해온 만큼 전세가율이 70%대까지 오르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최근 임대차3법 시행 영향으로 전세가가 큰 폭으로 뛰면서 전세가율이 연초 수준을 회복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올해 들어 전세가가 오른 것보다 매매가가 더 많이 올라서 서울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계속 떨어졌다”면서 “최근 전세가가 오르면서 전세가와 매매가 사이의 간극이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아직은 뚜렷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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