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2위 자리(우선주 제외)를 지키고 있는 SK하이닉스(000660)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반도체 투톱인 SK하이닉스의 하반기 실적에 경고등이 켜지며 시총 3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의 격차가 연초만 해도 40조원에 달했으나 현재 1조원으로 급격히 좁혀졌다.
1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3.97% 내린 7만5,000원에 마감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6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이달 9.42% 빠졌다. 연초 69조원에 육박했던 시총이 54조6,001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같은 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일 대비 0.87% 오른 80만9,000원, NAVER(035420)는 2.44% 뛴 31만5,000원에 종료했다. 삼성바이오의 시총이 연초 28조원에서 53조5,000억원으로 불어난 사이 SK하이닉스는 되레 쪼그라들면서 지난 2017년 4월 이후 처음으로 시총 2위 자리의 주인이 바뀔 수 있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하반기 실적 우려 확대가 SK하이닉스 주가 조정의 주된 배경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SK하이닉스의 올해 3·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1조5,493억원으로 6월 말(1조8,596억원)과 견줘 16.7% 하락했다. 최근 유진투자증권(10만5,000원→9만8,000원), 하나금융투자(11만4,000원→10만원) 등 증권사도 목표가를 내렸다. D램 등의 과잉공급, 고객사의 높은 재고 수준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꺾인 가운데 이번 주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추가 제재안으로 악재가 더해졌다. 화웨이가 고사할 경우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을 빼앗아오며 부진을 벌충할 수 있지만 순수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는 타격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 삼성전자와 온도 차가 발생하는 이유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가격 약세는 예상했지만 업황 하락의 깊이가 예상보다 커질 리스크가 있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가 약세를 면치 못하며 개인의 시름도 커졌다. 7월 이후 개인은 SK하이닉스를 2조41억원 순매수해 국내 종목 중 가장 많이 사들였고 이날에도 3,02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중 갈등이 바닥을 통과하거나 하반기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이 완료될 때가 주가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NAVER·LG화학(051910)을 제치고 시총 3위에 오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SK하이닉스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주 제4공장 증설 계획 발표로 추가 상승 동력도 장착하며 이날 기준 주가가 연초(42만2,000원) 대비 두 배 가까이 뛰었다. 강하영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공장 증설은 의약품 위탁생산(CMO) 업황과 수주 자신감을 표명한 것”이라며 “목표가를 100만원으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한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대유행’ 공포에 고꾸라졌던 코스피는 하루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12.3포인트(0.52%) 오른 2,360.52에 마감했다. 전일 겨우 800선을 지킨 코스닥지수도 18.52포인트(2.31%) 상승한 818.74에 마쳤다.
/이승배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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