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한 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에 따라 기업들의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상반기 기준 최근 10년래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코로나19 확산의 반사이익을 얻은 업종은 호실적을 거뒀지만 화학·철강·자동차·의류 등 전통적 제조업체들의 이익은 급감했다. 다만 코로나19의 영향을 고려하면 선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반기 개선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유지되는 가운데서도 여전한 불확실성은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19일 12월 결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592개사의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상장사들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25조5,426억원으로 집계돼 국제회계기준(IFRS)이 의무 도입된 지난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10년 동안 가장 순이익이 많았던 2018년(65조7,127억원)과 비교하면 38.9% 수준이다. 영업이익도 42조6,53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4.2% 줄었다. 외형도 다시 악화됐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943조2,240억원으로 지난해(1,001조1,166억원) 대비 5.78% 감소했다.
매출액보다 이익 감소 규모가 더 컸던 탓에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은 4.52%와 2.71%를 기록해 지난해 상반기보다 각각 1.1%포인트, 1.16%포인트 하락했다.
전체 매출의 11.48%를 차지하는 삼성전자(005930)를 제외하면 실적 부진은 더욱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를 뺀 코스피 상장사의 영업이익(28조597억원)과 순이익(15조1,026억원)은 각각 35.4%, 47.1% 줄었고, 매출액(834조9,327억원)도 6.5% 감소했다.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주력인 수출기업들이 맥을 추지 못하면서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영향에도 전체적으로 보면 나쁘지 않은 결과를 받은 것으로 생각된다”며 “상위 기업들의 실적이 더 좋아졌고, 언택트 관련 업종과 내수·서비스·중공업 업종 등의 차별화·양극화가 심화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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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별로는 코로나19의 반사이익을 받은 업종과 그렇지 못한 전통 산업 간 희비가 엇갈렸다. 음식료품(173.82%)과 의약품(122.09%)을 비롯해 종이·목재(57.86%), 의료정밀(28.63%), 통신(10.63%), 전기·전자(4.44%) 등 6개 업종은 흑자 폭이 늘었지만 화학(-97.03%), 섬유·의복(-88.86%), 운수장비(-70.98%), 철강금속(-65.15%), 서비스(-58.63%), 비금속광물(-51.51%), 유통(-30.40%), 건설(-10.33%) 등 8개 업종은 흑자폭이 줄었다. 상반기 흑자 기업은 421곳이었으며 적자 기업은 171곳이었다.
이는 코스닥시장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코스닥 기업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보다 선방한 편이기는 했지만 이익 감소세는 피할 수 없었다. 거래소와 코스닥협회가 집계한 코스닥시장 12월 결산법인 952곳의 상반기 연결 영업이익(4조6,996억원)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9.11% 감소했다. 순이익도 2조5,782억원을 기록하면서 28.34% 줄었다. 코스닥시장의 주력인 정보기술(IT) 가운데서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25.02% 늘어난 반면 하드웨어 기업은 32.67% 감소했다. 비IT업종 가운데서는 농림업(22.27%), 유통(22.26%), 운송(18.64%), 건설(18.54%), 기타서비스(6.93%), 금융(0.56%)의 이익이 증가했다.
다만 2·4분기 실적이 직전 분기보다 나아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실적 바닥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 모습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2·4분기 영업이익은 23조1,923억원으로 1·4분기 대비 19.17% 증가했고 순이익도 14조2,014억원으로 25.22% 늘었다. 코스닥 기업 역시 1·4분기 대비 영업이익은 76.8%, 순이익은 22.09% 확대됐다.
2·4분기 실적이 개선세를 보이면서 하반기 국내 기업들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장밋빛 전망을 하는 데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코로나19의 재확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중갈등, 미국 대통령선거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언제든지 국내 기업의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4분기 기업들이 수익을 극대화해 선방을 했다기보다 생산비용을 절감한 노력이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며 “3·4분기부터 실적 개선을 예상하고 있지만 극적으로 이익이 증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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