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 바잉(공황구매)’이 빌라에 이어 오피스텔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7월 서울 오피스텔 매매 거래량이 2008년 이래 12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이다. 아파트값이 치솟는 가운데 전·월세 규제로 전세마저 구하기 어려워지자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대체 주거상품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다만 빌라·오피스텔 등 아파트 대체 주거상품은 공급 과잉에다 환금성마저 떨어져 자칫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 오피스텔도 패닉 바잉=1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18일 기준 7월 서울 오피스텔은 매매 거래는 1,582건을 기록했다. 2008년 6월 거래(1,725건) 이후 최대 규모다. 아직 실거래 등록기한이 남아 있는 만큼 거래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오피스텔의 가격 또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오피스텔 초과 공급 기조에 따라 7월 전국 오피스텔 가격은 0.04% 하락했지만 서울은 0.03% 올랐다.
세부적으로 보면 서울 오피스텔은 특히 아파트와 비슷한 중형과 중대형 ‘아파텔’을 중심으로 가격이 치솟았다. 7월 전용면적별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 상승률을 보면 전용 85㎡ 초과가 0.34% 올라 1위를 기록했다. 전용 60㎡ 초과 85㎡ 이하가 0.15%로 뒤를 이었고 전용 40㎡ 이하 소형 오피스텔의 경우 0.01% 오르는 데 그쳤다.
권역별로 보면 마포·서대문구 등 젊은 층의 선호도가 높은 서북권의 경우 전용 60㎡ 초과 85㎡ 이하가 0.54% 올라 가장 상승폭이 컸다. 반면 서남권(0.40%)과 동남권(0.41%)의 경우 전용 85㎡ 초과 평형이 여타 평형 대비 크게 올랐다. 아파트 매수에 좌절한 수요자들이 대신 환경 등이 유사한 오피스텔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서울 오피스텔의 평균 전셋값도 2억원을 넘기며 고공행진하고 있다. KB 부동산시세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텔 평균 전셋값은 6월 2억47만원으로 2억원을 돌파했고, 지난달에는 2억100만원으로 더 올랐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의 비율은 6월과 지난달에 80.3%로 나타나 2010년 7월 KB 오피스텔 통계가 공개된 이래 가장 높았다.
◇경기도 아파트 대체상품 ‘사자’=서울 빌라(다세대·연립주택)의 경우 7월 이날 현재까지 7,117건이 매매 거래돼 12년 만에 최대치를 보였다. 경기도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경기도의 오피스텔과 빌라 매매 거래량은 6월 각각 1,365건, 6,590건을 기록하며 역시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7월도 이와 비슷한 규모의 거래량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우선 치솟은 아파트값에 실수요자들이 오피스텔·빌라 등 다른 주거 대체재로 눈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최근 ‘임대차 3법’ 시행 등으로 수도권 일대의 아파트 전셋값 또한 크게 치솟으면서 셋집을 구하기 어려워진 세입자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빌라 또는 오피스텔 매수로 눈을 돌린 것도 한몫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7·10대책을 통해 아파트에 대한 등록임대사업제도를 폐지하면서 투자 수요가 오피스텔·빌라 등으로 옮겨갔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해당 대책을 통해 단기임대(4년) 및 아파트 장기일반 매입임대(8년) 제도를 폐지했다.
문제는 오피스텔과 빌라 등 대체 주거상품의 경우 주거 환경이 열악한데다 공급 과잉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자칫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전세가가 매매가에 육박하거나 더 높은 ‘깡통전세’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자곡동에 있는 오피스텔인 ‘강남 지웰홈스’ 전용면적 29.87㎡는 지난달 9일 2억1,800만원(6층)에 팔렸다. 이 단지 같은 면적의 전세는 같은 달 20일 2억1,500만원(3층)에 거래됐다. 매매가와의 차이는 300만원에 불과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시중에 풍부한 유동성이 규제를 피해 유입되고, 서울 외곽의 중저가 아파트값까지 계속 오르자 이에 지친 실수요자 일부가 빌라·오피스텔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다만 이들 상품은 아파트처럼 거래가 원활하지 않아 가격 상승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권혁준기자 awl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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