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의 임대차시장 정책이 지나치게 급속도로 진행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장의 영향을 보면서 정책 수위를 조절해야 하는데 융단폭격식으로 몰아붙여 시장 혼란이 극도로 치닫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주택 소유주와 세입자 간 분쟁이 격화하고 전세 물량 감소가 뚜렷한데 정부와 여당은 유리한 통계수치만 인용하며 시장의 위기를 과소평가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작용에 대한 반성 및 평가 없이 또 규제로 잡겠다는 식이다.
정부가 19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전월세 전환율을 조정하기로 하자 전문가들은 시장의 혼란이 더 커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가뜩이나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됐는데 안정되기도 전에 다시 한 번 시장을 들쑤셨다는 것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정부와 여당은 세부적 지침도 없이 큰 틀만 발표하고 팔짱 끼고 있는 꼴”이라며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임대인과 세입자는 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는데 전월세 전환율로 혼돈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정책이 어떤 효과를 주는지 살펴보면서 점진적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시장에 각종 규제를 마구잡이로 쏟아붓고 있다”며 “민간 회사에서 업무를 이런 식으로 했다면 이미 파산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는 더 센 규제를 예고했다. 대표적인 것이 표준임대료 도입이다. 표준임대료는 정부가 아예 전월세 가격을 직접 정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는 부동산감독기구 설립에도 더욱 속도를 낼 계획이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의 새 규제는 집주인과 세입자를 적대관계로 만들고 국민을 감시하는 기구를 수립한다는 의미로 시장이 받아들이고 있다”며 “주택시장 안정 효과는 보지 못하고 국민 분열과 시장 혼란만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당정이 부동산 통계를 편향적으로 인용해 시장의 위기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공공에서 생산하는 주택동향뿐 아니라 민간 통계도 종합적으로 분석해 규제대책을 합리적으로 수립해야 하는데 정책에 유리한 통계만 인용해 밀어붙인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정부가 한국감정원의 전세통계도 정부에 유리한 방향으로 수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는 전세통계의 경우 집계 방식의 한계로 기존 계약 갱신건이 과소측정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신규와 갱신 계약을 포괄하도록 보완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심 교수는 이와 관련해 “한국감정원의 주택동향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여러 문제점을 갖고 있는데 정부에 유리한 방향으로만 통계를 보정하겠다는 맥락으로 해석된다”며 “제대로 된 종합적 통계를 수립하려면 표본 수와 조사 방식을 근본적으로 고쳐야 한다”고 했다. /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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