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임대차 3법 통과 전후로 전세값이 급등하자 전세가격 통계를 개편한다고 밝혔다. 현재의 전세 통계가 연장계약을 반영하지 않고 신규계약만으로 이뤄져 있어 전세값 등락을 과도하게 나타낸다는 게 개편 이유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 실패로 인한 전셋값 급등은 외면한채 통계탓만 한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현행 전세통계는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가구를 대상으로 집계한다”며 “이로 인해 계약 갱신을 하는 가구는 포착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현행 통계는 임대차 3법으로 인한 전세가격 안정 효과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며 전세가격 통계방식을 수정하겠다“고도 했다.
현재 한국감정원은 전세시장 동향 통계에 세입자가 신청하는 확정일자 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확정일자는 통상 신규계약시에만 받기 때문에 전세가격 정보는 신규 전세 계약에 한정되고 계약갱신에 따른 정보는 반영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전셋값 상승률이 과다추계되고 전세가격이 실제보다 많이 오르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가 일어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임대차 3법이 시행된 직후인 8월 첫째 주 전세가격지수는 0.20% 뛰어오른 데 이어 둘째 주에도 0.17% 올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갑작스런 통계변경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의 전세값 상승은 전세매물 부족으로 인한 것인데도 통계탓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전세계약 연장시 상한을 5%로 묶어 시장의 가격기능을 왜곡시켜 놓은 상황에서 연장계약을 통계에 반영할 경우 오히려 통계가 시장의 가격상승 압력을 반영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한 전문가는 “통계를 바꾼다고 시장이 바뀌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현 정부의 ‘통계탓’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8년에 문재인 정부는 차관급인 황수경 전 통계청장을 강신욱 현 통계청장으로 교체했다.당ㅇ시는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상 소득분배가 악화되자 소득주도성장 무용론이 불거진 당시여서 정책실패를 통계청장 교체로 덮으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 황 전 청장은 이임식과 언론 인터뷰 등에서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게 심혈을 기울였다” “제가 그렇게 (청와대 등 윗선의) 말을 잘 들었던 편은 아니었다” 등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떠났다. 더구나 강 청장은 대표적인 친문 학자로 알려져 있었다. 야당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발언한 것에 대한 근거 자료를 강 청장이 작성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 경제전문가는 “현 정부 들어 통계청장 교체, 통계 편향 인용, 통계 작성 방식 수정 등 통계와 관련된 논란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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