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 외교관의 주뉴질랜드 한국 대사관의 현지 동성 직원 성추행 의혹에 대해 “같은 남자끼리 배도 한 번씩 툭툭치고 엉덩이 치고 그랬다는 것”이라고 언급한 것을 두고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동성 간이든 이성 간이든 원치 않는 성적 접촉은 성추행”이라고 날선 비판을 내놨다.
류 의원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한 외교관의 성추행 추문에 대응하는 정부의 태도도 문제지만, 외교부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송영길 외교통상위원장의 인식은 더 충격”이라면서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류 의원은 “기사를 보다가 문득 떠오른 일이 있다”면서 이전 정의당 행사 뒤풀이에서 옆자리에 앉은 여성이 자신의 등을 쓰다듬기에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허락 없이 이러시면 안 돼요’라고 대응한 자신의 일화를 꺼냈다.
류 의원은 “어떤 악의도 없다는 걸 잘 알기에 기분이 나쁘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렇게 말했다”고 지난 날을 떠올린 뒤 “송 의원은 ‘기분 나쁠 수 있지만, 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날을 세웠다.
아울러 류 의원은 “어떤 인간이든, 조직이든 완벽할 수 없다. 그래서 잘못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위원장님은 외교부의 잘못을 엄중히 꾸짖어야 할 국민의 대표다. 막강한 권한과 힘을 갖고 있다. 조금 오버하셔도 괜찮지 않을까”라고 적었다.
앞서 송 의원은 이날 오전 전파를 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진행자의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외교관의 처리 문제에 가닥이 잡혔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문화의 차이도 있다고 본다”면서 “같은 남자끼리 배도 한 번씩 툭툭치고 엉덩이 치고 그랬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뉴질랜드는 동성애에 대해서 상당히 개방적인 곳이다. 우리나라에 있는 주뉴질랜드 대사도 남성, 자기 부인이 남성으로 동반해서 근무하고 있다”며 “(성추행 피해자도) 여성직원이 아니라 40대 초반에 180cm, 덩치가 저(송 의원)만한 남성직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분이 가해자로 알려진 영사하고 친한 사이였다. 그냥 같은 남자끼리 배도 한 번씩 툭툭치고 엉덩이 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도 “그 남성 입장에서는 기분 나쁠 수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외교관을 뉴질랜드로 송환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그것은 오버(과하다)라고 보여진다”며 “(뉴질랜드)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의 통화 속에서 이런 문제(송환) 제기를 하는 것은 섣부르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뉴질랜드 정부는 한국 외교관 A씨가 2017년 12월 주뉴질랜드대사관에서 근무할 때 현지인 남자 직원의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성추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며 그에 대한 직접 조사를 요구한 바 있다. A씨는 뉴질랜드 사법 당국의 조사가 시작되기 전 임기 만료로 2018년 2월 뉴질랜드를 떠났고, 이후 외교부 감사에서 이 문제가 드러나 2019년 2월 감봉 1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피해자가 2019년 10월 뉴질랜드 경찰에 신고했고, 뉴질랜드 사법 당국은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한국 정부에 수사 협조를 요청했으나, 한국 정부 측의 비협조로 영장을 집행하지 못했다. 이에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관련 문제를 제기하자 외교부는 필리핀에서 근무하고 있던 A씨를 최근 귀국 조치했다.
이같은 송 의원의 발언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부적절한 발언이란 지적이 이어졌다.
황규환 미래통합당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피해자에게 상처를 준 외교관을 질타하고, 안이한 대응으로 일관한 외교부에 목소리를 높여야 할 국회 외통위원장이, 여당 소속이라는 이유로 막무가내 논리를 앞세워 피해자에게 상처를 주면서까지 정부 감싸기에 나서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황 부대변인은 이어 “성폭력 사건을 대하는 여당 국회의원의 왜곡된 인식이 한없이 황당하다. 어떻게든 정부 편을 들어보려는 대한민국 외통위원장의 궤변이 한없이 부끄럽기다”고도 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한심하기 그지없다”며 송 의원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조 대변인은 “상대가 이성이든 동성이든 성추행은 말 그대로 성추행”이라며 “문화적 차이를 운운한 그 자체가 성추행을 옹호한 행동이며, 성폭력에 무감각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조 대변인은 “피해자는 국적을 가리지 않는 만큼 한국 정부는 성추행 혐의 조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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