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 19) 여파로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식료품, 가정용품 등에서의 소비가 늘었다. 반면, 자녀 학원비 등 교육 그리고 여가 부문에서 허리띠를 졸라맨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양도세 등이 포함된 가계의 ‘비경상 조세’ 부담 액수는 153%나 폭등했다.
2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2·4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 지출은 291만 2,000원으로 전년 동 분기 대비 2.7% 증가했다. 항목별로 보면, 우선 식료품, 비주류 음료 지출이 45만 4,000원으로 전년 동 분기보다 20.1% 증가했다. 채소, 육류 등 가격 인상과 최근 소비 증가로 인해 곡물(17.1%), 육류(33.6%), 신선 수산 동물(29.5%), 채소 및 채소가공품(24.7%) 등에서 지출이 늘어난 데 따른 영향이라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주류, 담배 지출은 4만 원으로 전년 동 분기 대비 9.5% 증가했다. 항목별로 보면 주류와 담배 각각 13.8%, 6.4% 증가했다.
가정용품·가사서비스 지출도 18만 원으로 21.4% 증가했다. 가구 및 조명(36.2%), 가전·가정용 기기(13.5%) 지출이 늘었다. 보건 지출은 25만 3,000원으로 7.5% 증가했다. 특히 마스크 구매로 인해 의료용 소모품 지출이 무려 240.0% 증가했다. 교통 지출은 38만 4,000원으로 24.6% 늘었는데, 개별소비세 인하(3∼6월)로 자동차 구매에 따른 지출이 144.0% 늘어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교육 지출은 16만 8,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9.4% 줄었다. 자녀 학원비에 쓴 돈은 작년 2분기 20만 6,000원에서 올 2분기 15만 8,000원으로 23.4% 줄었으며, 고교 무상교육 확대 시행으로 정규교육 지출도 54.1% 줄었다. 코로나 19로 외출·여행이 제한돼 의류, 오락 지출도 감소했다. 오락·문화 지출은 17만 4,000원으로 21.0% 감소했다. 국내·외 단체여행, 공연·극장 등 이용 감소로 단체여행비, 문화서비스 지출이 각각 92.7%, 13.7% 줄어든 영향이다. 음식·숙박 지출도 38만 8,000원으로 5.0% 줄었다. 외식과 주점 등 식사비(-4.8%), 여행 숙박비(-13.4%)에 돈을 아껴 썼다. 의류·신발 지출도 16만 9,000원으로 5.8% 줄었다.
한편 비소비지출 동향을 살펴보면, 2분기 가구당 평균 비경상 조세 부담액은 4만 3,000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53.2% 늘었다. 부동산 양도세와 취·등록세 등의 영향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비 경상 조세가 급격히 오른 것은 부동산 취득세, 자동차 취득 관련 세금이 늘어서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모, 자녀 친지 등 다른 가구에 쓰는 가구 간 이전 지출은 20만 2,000원으로 전년 동 분기(23만 8,000원)에 비해 15.3% 감소했다. 소득세 등이 포함된 경상 조세 항목도 가구 평균 17만 9,000원으로 전년 동 분기 대비 5.5% 감소했다. 코로나 19 확산에 따라 실직이나 휴직 등으로 소득이 줄어든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정 국장은 “2분기 근로소득이 감소 된 영향으로 경상조세가 감소하면서 비소비지출이 감소했다”며 “친구·친지 등의 교제를 유지하기 위한 교제비라든가 경조비, 종교기부금, 단체회비 등이 계속 감소했는데 이는 코로나 19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부연했다.
결과적으로 가구당 월평균 소비 지출이 지난해 대비 소폭 올랐으나, 소득 대비 소비 비율을 나타내는 평균 소비성향은 67.7%로 지난해 대비 2.5% 하락했다. 코로나 19 여파로 대외활동 및 소비가 위축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구의 흑자액은 15.5% 늘어난 138만 9,000원, 흑자율은 2.5% 상승한 32.3%였다.
/세종=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