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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위 사찰 가능해져…'부동산 거래 음지화' 부를수도[논란의 부동산감독기구]

과도한 권한 부여에 위헌 소지

홍남기 부총리도 "신중 기해야"

전문가들 "감독기능 넘어 심판

경제활동 크게 위축될것" 경고





우려했던 ‘빅브러더’ 수준의 권한을 지닌 ‘부동산 감독기구(가칭 부동산 감독원)’ 설립이 가시화되면서 부동산 업계에서는 심각한 기본권 침해 외에 거래를 위축시켜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민 자산의 70%가 부동산에 집중된 상황에서 전방위적 ‘사찰’이 가능해질 경우 사실상 개인의 모든 행동을 국가가 감시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연이은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이 크게 뛴 것을 시장 참여자들의 책임으로 전가한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정부 등에 따르면 허 의원이 발의할 예정인 ‘부동산시장 불법행위대응반’ 권한 강화와 관련된 내용은 관계기관과 일정 수준 협의를 마친 상태로 현실화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평가다. 발의를 앞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감독기구를 총괄할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금융·보험·세금기록 등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우선 국토부 산하 대응반에 이 같은 권한을 부여하고, 추후 부동산 감독원이 만들어지면 준용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거래 수상하다고 기본권 침해, 부총리도 “신중해야”=발의를 준비 중인 법안 내용을 보면 국토부 장관은 신고 내용 조사를 위해 광범위한 정보를 요청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보험료·금융자산·신용정보 등 개인정보 제공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보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허 의원 측은 “불법행위 의심거래를 들여다보는 것이지 일반 국민의 계좌를 감시하려는 목적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시장에서는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개인의 재산정보를 모두 들여다볼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불신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서법률사무소’의 정인국 변호사는 “부동산 거래 감독을 위해 개인정보를 들여다본다 해도 ‘과잉 접근’이라는 측면에서 위헌 여부가 논란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개인정보를 들여다보는 기준이 되는 의심거래 자체도 어느 수준의 의심 정도를 얘기한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도 “정부 기관이 국민 개인의 계좌·과세정보를 들여다본다는 것은 가장 최고 수준의 권한을 갖는다는 것”이라며 “과잉 정보 열람에 대한 견제 기능 등 보완책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는다면 헌법 가치를 정부가 나서서 훼손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개인 간 사적 거래를 단순히 ‘위법 가능성’만으로 감시한다는 발상부터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여당 일각에서는 부동산 감독원에 계좌추적·통신조회 등 광범위한 수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재 대응반은 제보를 통해 의심거래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더라도 당사자에게 출석 요구를 한다거나 압수수색 등을 통해 불법과 관련한 증거를 수집할 수가 없었다. 이러다 보니 경찰에 버금가는 수사권을 부여하자는 의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정부 내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감독기구 설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부정적인 의견도 상당히 많다”며 “개인적으로는 감독 기구를 설치하는 것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 역시 “자칫 부동산 시장 대응 실패 책임을 면하기 위해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 “거래 위축 초래, ‘시장 음지화’ 우려도”=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계획이 현실화할 경우 거래를 위축시키고 심지어 ‘시장의 음지화’까지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경고하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가뜩이나 정상 거래도 고가주택을 거래한다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죄인 취급을 하고 있는데, 이런 감시기구까지 나타나면 부동산 거래를 대폭 위축시키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법거래가 늘고 부동산 거래가 음지화되는 모습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감독 기능을 넘어 사실상 심판이나 판결의 기능까지 갖겠다는 의미라면 국민의 재산권 침해나 경제활동의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은행에서도 고객의 개인정보를 열람하는 것은 굉장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허용된다”며 “정부 기관이라도 개인정보를 공권력을 앞세워 열람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제한적인 이용만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빅데이터 랩장은 “국세청·검찰에 준하는 권한을 갖게 되면 탈법적 거래만 아니라 허위매물부터 정상적 부동산 거래나 중개 행위까지 과도하게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며 “위법이 발견되면 국세청이나 검찰에 넘기는 것이 맞는 방식인 것 같다”고 말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탈세 의심 사안에 대한 조사권은 국세청이 보유했는데 이제 국토부가 한발 앞서 금융정보를 통해 살펴보겠다는 맥락으로 보인다”며 “불법행위를 방지한다는 대외명분이 있지만, 국토부가 강력한 힘을 보유한 국가기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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