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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가 주변상권 죽인다?…문 닫으니 손님도 떠났다

'대형마트 폐점 후 영향' 첫 분석결과 들여다보니

대형마트 없어지자…지역 고객들 다른상권으로 이동


경기도 하남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서울경제DB




대형마트 폐점 이후 주변 상권이 침체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금까지 대형마트 출점과 관련된 연구 결과는 있었지만 대형마트 폐점 이후 상권 분석에 대한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사에서 주변 상권을 죽인다던 대형마트가 빠지고 나자 오히려 주변 상권의 매출이 2년 전으로 회귀하는 등 극심한 침체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 패턴 변화와 각종 규제로 대형마트들이 점포 폐점을 서두르면서 해당 지역 상권과 고용시장에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형마트 폐점 이후 소형점포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현재 소상공인을 살리기 위한 명목으로 추진 중인 규제 기반의 유통산업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서울경제가 입수한 한국유통학회의 ‘대형유통시설이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대형마트 폐점 후 외부 고객이 빠져나가면서 인근 슈퍼마켓 등의 매출액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춘한 경기과학대 교수를 중심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에서는 이마트 부평점 폐점(2018년)이 주변 중소상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신용카드 가맹점의 결제 및 고객의 카드 이용 데이터, 여기에 설문조사 결과를 더해 분석했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마트 부평점 폐점 2년 전인 매출액을 100으로 봤을 때 부평점 인근(0~3㎞) 슈퍼마켓의 매출액은 폐점 1년 전인 2017년에 103.08을 기록했지만 폐점 이후 1년간 101.34로 감소했다. 폐점 이후 매출이 2년 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반면 원거리(3∼6㎞)에 있는 슈퍼마켓은 폐점 1년 전 103.26에서 폐점 1년 후 107.59를 나타나며 매출액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마트가 있던 상권에 집중됐던 고객이 폐점으로 인해 다른 상권으로 빠져나갔다는 분석이다.
"저녁·주말에 손님 한명 없어요" 소형점포의 비명
“저녁 시간과 주말에는 손님 한 명 찾아보기가 힘들어요.”

이마트 부평점이 있었던 인천광역시 부평구 갈산동 인근 상인들은 한결같은 목소리를 냈다. 이마트가 폐점한 후 유동인구가 줄면서 매출이 급감했다는 것이다. 도심지다 보니 그나마 낮에는 찾는 고객이 있지만 저녁 시간은 물론 특히 주말에는 폐점 이후 고객 유입이 크게 줄며 나타난 현상이다.

한국유통학회의 ‘대형유통시설이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연구 보고서에는 이러한 현상에 대한 분석이 그대로 담겼다. 실제로 경기권 6곳의 대형마트 이용 고객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주변 점포를 동시에 이용하는 고객은 전체 이용고객의 60.86%로 나왔다. 대형마트 이용고객 10명 중 7명이 주변 점포를 이용한 것이다. 동시에 이용하는 업종으로는 음식점이 62.19%로 가장 높았다. 전통시장 역시 10.25%로 10명 중 1명이 이용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서울경제DB


이에 따라 매출액에도 긍정적 영향이 있었다. 이마트가 출점한 거주민의 내부 소비(점포 이용금액)는 큰 변화 없이 유지(0.18%)되고 있었고 여기에 외부 고객의 이용 증가로 이마트 주변 점포의 매출액(6.29%)이 증대됐다. 내부 소비는 그대로 유지된 가운데 마트를 중심으로 외부 고객이 몰려들면서 해당 지역의 내수 활성화가 이뤄진 것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조춘한 경기과학대 교수는 “마트 폐점으로 인근에 있는 점포에 피해가 나타나는 등 이마트 폐점은 주변 상권의 침체를 가속화하고 있다”며 “이번 조사를 통해 대형마트로 인한 낙수효과와 내부이탈 방지 및 외부고객 유인 효과가 검증 됐다”고 분석했다.
이마트 부평점 폐점에…골목상권 매출 2년전 수준 감소
더욱 심각한 것은 소상공인들이 운영하는 소형 점포에 피해가 더 크다는 점이다. 이마트 부평점 폐점 이후 슈퍼마켓의 매출액 규모별로 분석한 결과 반경 3㎞ 점포에서 10억원 미만 점포의 매출액이 감소했다. 특히 5억원 미만의 소형 슈퍼마켓의 경우 전체 해당 상권에서의 매출 비중이 폐점 전 16.66%에서 폐점 이후 15.30%로 줄었다. 반면 50억원 이상의 대형 슈퍼마켓은 32.43%에서 38.34%로 늘었다.

3~6㎞의 원거리 상권에서도 5억원 미만은 매출 비중이 줄어들었지만 대형 슈퍼마켓은 35.71%에서 43.14%로 급증했다. 이마트 폐점은 소형 슈퍼마켓에 부정적인 영향을 즉각 줬지만 대형 식자재마트 등 규모화된 대형 슈퍼마켓은 오히려 혜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 교수는 “대형마트 폐점으로 혜택을 보는 점포는 경쟁 관계에 있던 인근의 대형마트와 원거리에 있는 점포이며 소형 점포를 중심으로 인근에 있는 점포는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 대형마트의 폐점이 가속화되면서 상권 붕괴 영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롯데마트는 올 하반기에만 16개 매장을 폐점하기로 했고, 홈플러스도 안산점에 이어 대전 탄방점 매각을 확정했다. 조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는 물론 온라인으로 편중되는 소비패턴 변화에 정치권의 규제의 칼날이 더해지면서 대형마트 폐점 속도가 더욱 빨라 질 것”이라며 “대형마트 폐점 가속화로 인한 주변 상권 침체로 소상공인들을 중심으로 매출액이 감소하는 것은 물론 이로 인한 고용 감소 등의 영향으로 특정 지역이 슬럼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대형마트 폐점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은 도심보다 지방이 더욱 크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연구 사례가 된 이마트 부평점의 경우 대형 아파트 단지와 한국GM 등이 인근에 있음에도 부정적 영향이 컸다. 조 교수는 “인천이라는 도심권임에도 부정적 영향이 나타난 부평점 사례를 보면 지방의 경우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각종 규제와 소비 패턴 변화로 대형마트 폐점이 줄줄이 예고된 가운데 이제는 신규 출점 문제보다 폐점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에 관한 연구에 더 집중해야 한다”며 “무조건적인 규제보다는 폐점으로 인한 도시 슬럼화와 지방 상권 붕괴를 막기 위한 상생의 방안을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유통 규제 10년, 이제는 ‘백화점·면세점’까지 규제
‘유통산업발전법안’이라는 이름하에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규제의 칼날을 들이댄 지 10년이 지나가고 있다. 그동안 소비시장은 온라인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대형마트 폐점 관련 연구처럼 ‘규제’가 만능이 아니었음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유통업계 규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현재 21대 국회가 문을 연 지 두 달여 만에 각종 유통 규제 관련 법안이 앞다퉈 발의되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에 국한됐던 규제의 범위가 이제는 백화점과 복합쇼핑몰·면세점은 물론 최근에는 이케아 등 대형점포까지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이들 업종에도 대형마트와 같이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 등 법적 규제를 받도록 하고 있다. 특히 지난 총선 당시 공약 1호로 내걸었던 강제 의무 휴업을 기반으로 한 ‘복합 쇼핑몰의 출점 및 영업시간 규제’ 법안은 상당 부분 진행됐다는 평가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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