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 대책, 7·10 대책’ 등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 수도권 일부 단지에서 이른바 미계약 물량이 제법 나오고 있다. 정부의 규제를 감안하면 미계약 물량 또한 인기가 없어야 하지만 현재 나타나는 상황을 보면 꼭 그렇지가 않다. 이달 들어 서울 등 수도권에서 무순위 청약, 이른바 ‘줍줍’을 받은 단지들 대부분이 세 자릿수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이다. 서울 강남의 웬만한 단지 못지 않은 경쟁률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무순위 청약의 경우 요건이 까다롭지 않다. 반면 정부의 규제로 전매 가능한 분양권이 극히 줄어든 데다 저가점자 또는 유주택자의 경우 아파트 분양받기가 어려워지면서 무순위 청약이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통로가 됐기 때문이다.
<8월 줍줍 단지 세 자릿수 경쟁률 기본>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1일 무순위 청약을 접수한 인천 미추홀구 ‘주안파크자이 더 플래티넘’ 278가구 공급에 9,783명이 접수, 35.2대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고 경쟁률은 전용 84㎡A 타입에서 나왔다. 단 1가구 모집에 901명이 몰렸다. 20일 무순위 청약 일정을 진행한 인천 연수구 ‘힐스테이트레이크송도3차’에도 38가구 모집에 1만8,017명이 몰려 474.1대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고 경쟁률은 전용 84.5㎡ 타입에서 나왔다. 3가구 공급에 1,818명이 몰려 606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앞서 지난 18일 무순위 청약을 받은 수원 장안구 ‘화서역푸르지오브리시엘’ 또한 4가구 공급에 1,688명이 접수했다. 평균 경쟁률은 422대1을 기록했다. 무순위 청약을 받은 평형은 전용 154㎡A·B, 전용 189㎡A·B 각 1가구다. 이들 평형은 복층으로 구성된 대형 평형으로 분양가만 12억5,000만원에서 최대 15억3,500만원에 달한다.
서울권에서도 무순위 청약이 진행됐다. 지난 12일에는 서초구 서초동 ‘서초비버리캐슬’에서 15가구 규모의 무순위 청약 물량이 나왔다. 해당 단지에는 4,497명이 접수, 평균 경쟁률이 299.8대1에 달했다. 오는 24일에는 수원 팔달구 ‘수원센트럴아이파크자이’에서 26일에는 평택 ‘이안평택안중역아파트’에서 무순위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무순위 그나마 신축 아파트 분양 통로>
무순위 청약 물량은 기존 당첨자들이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계약을 포기하는 경우에만 나오는 만큼 ‘줍줍’ 물량 대다수는 평형이 소형 또는 대형이거나 저층 등 이른바 ‘못난이’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수원센트럴아이파크자이’의 경우 총 2,165가구의 일반분양 물량 가운데 초소형 물량인 전용 39㎡ 49가구만이 줍줍 물량으로 나왔다. ‘화서역푸르지오브리시엘’ 또한 전용 154㎡A·B, 전용 189㎡A·B 등 분양가가 상당한 초대형 평형만이 무순위 청약 물량으로 나왔다.
그럼에도 무순위 청약 경쟁률이 이처럼 높은 이유는 여전히 신축을 찾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인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대부분 지역의 분양권 전매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서울은 거래 가능한 분양권 매물이 없고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서도 규제 전 입주자모집공고를 낸 단지들의 분양권만이 거래가능하다.
분양시장에서 청약을 받는 방법 또한 있지만 현재 청약 관련 규제가 까다로워 극히 소수만이 분양에 당첨된다. 특히 투기과열지구 내 전용 85㎡ 미만 물량의 경우 100% 가점제로만 당첨자를 가려 가점이 낮은 30대 등은 당첨이 요원하다. 반면 무순위 청약의 경우 전 물량 추첨으로만 당첨을 가리기 때문에 가점이 낮다 하더라도 당첨될 가능성이 있다.
청약 조건 또한 까다롭지 않다. 투기과열지구 등에서 1순위 청약을 넣기 위해서는 구성원 전원이 무주택인 세대의 세대주여야만 한다. 여기에 청약 통장가입기간과 예치 금액이 일정 기준을 충족하고 해당 지역 내 거주기간이 2년을 넘겨야 한다. 간혹 무순위 청약에서도 해당 지역 내 거주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단지에서 제약을 두지 않는다. 게다가 유주택자라도, 또 세대원까지 청약이 가능한 만큼 기회가 1순위 청약보다 열려 있는 편이다. /권혁준기자 awl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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