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세컨카’라는 인식이 강했다. 세단에 비해 승차감이 떨어졌고 데일리카로 쓰기에는 큰 차체 등 여러모로 불편해서였다. 그러나 요즈음 SUV는 레저붐에 완성차 업체의 대대적인 모델 개발로 대세가 됐다. SUV의 과거와 오늘을 살펴봤다.
SUV의 시작은 군용차량이다. 지프의 랭글러, 랜드로버의 디펜더, GM의 허머 등이 대표적인 군용차 출신 SUV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군용차를 개발해 제작했던 자동차 업체들이 민간용으로도 개조해 팔며 현재의 SUV와 비슷한 모양의 차량이 출시되기 시작했다. 당시 군용차의 기본 뼈대는 픽업트럭의 프레임을 빌려왔다. 초기 SUV는 이 프레임에 왜건이나 해치백 바디를 올려 판매됐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SUV는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차량이 아니었다. 군용차를 개조해 만든 만큼 험지 주파 능력은 인정받았지만 승차감이 불편했고 상용차라는 대중의 인식을 뛰어넘지 못해서였다.
SUV가 서서히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1970년대부터다. 당시 ‘평균연비 기준’이 제정되며 SUV 시장에는 일대 변화가 닥친다. 승용차에는 까다로운 연비 기준이 적용됐지만 상업과 농업 목적 차량에는 해당 기준이 적용되지 않았다. 연비를 높이기 위해서는 엔진 개발이 필요했는데 연구개발에 많은 시간과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자동차 업체들은 이 기준을 빗겨가기 위해 SUV를 작업용 자동차로 분류해 판매량을 늘려갔다. 같은 시기 소비자 생활 패턴도 급격히 변화한다. 여가생활을 추구하는 이들이 늘어나며 레저 활동에 필요한 SUV 수요도 늘어난 것이다. 이 즈음부터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교외 뿐 아니라 시내에서도 SUV 차량이 자주 목격됐다고 한다.
SUV의 본격적인 인기는 1990년부터 시작된다. 이 즈음 기존에 딱딱한 승차감을 코일스프링 적용으로 대폭 개선한 SUV 차량이 쏟아졌다. 여기에 실내 공간을 넓히고 5도어를 장착하자 가족 고객들의 구매가 급격히 늘었다. 이때부터 SUV라는 명칭도 일반 대중에게 정식으로 자리 잡게 됐다. 이 같은 인기는 2000년대를 지나 현재까지 이어진다.
SUV 인기가 높아지며 자동차 업체들은 다양한 모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주력이었던 5인승에 이어 7인승과 9인승까지 승차 인원을 늘렸다. SUV라면 기본이라고 여겨졌던 4륜 구동의 형식을 벗어나 2륜 구동을 기본 적용한 모델도 내놓았다. 또 SUV라면 ‘힘’이라는 인식이 강해 한때는 디젤 모델을 주력으로 제작했지만 최근에는 친환경 바람을 타고 가솔린 모델은 물론 하이브리드, 전기차 모델까지 출시되고 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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