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비운의 건설채 얘기를 해볼까요. 전날 한화건설이 단기금융시장을 찾아 400억원 규모 전단채를 발행했습니다.
건설채 투자심리는 2·4분기를 지나며 크게 가라앉았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리스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물경제가 위축되면서 경기에 민감한 건설사들의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 탓입니다.
지난 5월 한화건설은 1,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한 건의 주문도 받지 못했습니다. 뒤이어 발행을 계획한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047040) 등도 모두 미매각이 발생했지요. 투자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높은 절대금리까지 제시하며 시장을 두드렸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코로나19 여파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 하위 등급, 특히 펀더멘털에 의심이 가는 기업들의 투자 수요가 끊긴 것인데 이들 기업이 대부분 A0~A-등급인 만큼 정부 자금 지원을 받지 못했지요. 당시 AA등급인 GS건설은 운영자금 조달 목적으로 발행한 것이라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이달들어 채안펀드와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는 대규모 매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회사채 수요예측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AA-등급인 LG이노텍에 각각 200억원과 300억원, AA+등급인 에쓰오일에 600억원과 700억원을 투입했습니다. A+등급인 세아제강에는 SPV만 300억원을 지원했네요.
연말을 앞두고 매입 실적을 위해 자금 투입을 늘리고 있는 것인데 정작 필요한 곳에 자금이 제대로 쓰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우량등급 중심으로 회사채 스프레드가 크게 낮아진 상황에서AA+등급 회사채에 1,300억원이나 지원한 것은 조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번주 회사채 시장에서는 7,200억원 규모 수요예측이 예정돼 있습니다. 현대건설(000720)(AA-)도 2,000억원어치 사전청약을 진행하네요. 시장이 살아나고 있는 만큼 상반기 대비 발행 물량이 크게 늘어난 모습입니다. 코로나19 재확산에도 불구하고 회사채 시장은 정책자금 지원에 힘입어 수요 확보 부담이 적은 분위기입니다.
/김민경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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