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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SK이노베이션, 3000억 회사채 발행…현금확보 속도

3·5·10년물 발행…내달 8일 수요예측

3.5조 단기차입금+설비투자 재원 마련





SK이노베이션(096770)이 2년만에 공모 회사채 시장을 찾아 현금을 조달한다. 회사는 올해 들어 단기 유동성 부담이 커지자 보유하고 있는 SK루브리컨츠 지분과 캐시카우인 페루 석유광구 등 자산 매각에 나서면서 다각도 현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3,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준비중이다. 신용등급이 AA+로 우량한 만큼 만기구조도 3·5·10년물로 다양화했다. 다음달 8일 수요예측을 거쳐 16일 발행 예정이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영업손실 폭이 커지면서 차입금 상환과 투자자금 지출 부담에 대응하려는 목적이다. 회사가 향후 1년 내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은 2·4분기 연결 기준 3조5,425억원에 이른다. 유전스(Usance·외화어음) 1조5,102억원, 기업어음(CP) 9,450억원, 금융기관 차입 1조872억원 등이다. 2차전지 공장, 소재 공장 등 설비투자(카펙스) 부담도 연간 1조원 내외가 소요된다. 최근 LG화학과 전기차 배터리 관련 소송전에서 패하면서 대규모 우발채무도 발생할 전망이다.





자금소요가 크게 늘었지만 현금창출력은 약화됐다.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실물경기가 둔화돼 글로벌 수요가 쪼그라든 탓이다. SK이노베이션의 상반기 영업손실은 4,39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4,937억원 흑자를 낸 것과 대비해 크게 감소했다. 같은기간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떨어졌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코로나19 여파로 회사의 이익이 약화되는 한편 차입에 의존한 대규모 설비투자로 향후 1~2년간 회사의 자본구조가 악화될 것”이라며 “내년까지 회사의 조정 순차입금이 연간 약 2조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보유한 계열회사의 지분과 자산을 매각하는 등 다방면으로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최근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보유한 SK루브리컨츠 지분을 최대 49% 매각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2018년 희망 공모가 기준 SK루브리컨츠의 기업 가치는 최대 5조2,000억원이다. SK는 공개입찰 방식을 통해 약 5조원 수준의 가격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핵심 자산도 매각한다. SK이노베이션은 페루 석유광구 두 곳을 남미·아프리카 석유개발 전문기업인 플러스페트롤에게 10억5,200만달러(한화 약 1조2,522억원)에 매각키로 결정하고 정부 승인 등 마무리 절차를 밟고 있다. 다음 달까지 거래가 종결되면 세금을 제외하고 약 7억4,000만달러(약 8,808억원)의 현금이 유입될 전망이다.

재무지표가 악화하면서 단기적인 유동성 부담이 커졌지만 이번 공모 회사채 수요는 무난하게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이 나온다. 연말을 앞두고 정부 자금인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와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가 대규모 매입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주 진행한 에쓰오일(AA+) 회사채 수요예측에도 참여해 단일 투자자 중 최대 규모인 600억원, 700억원어치를 각각 매입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반기 신용등급 하락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에서 정유사들이 발행하는 회사채 인기는 다소 떨어진 분위기”라며 “그러나 최근 회사채의 캐리트레이드(금리 차에 따른 수익 실현) 매력이 부각되는 등 시장 상황이 좋아 수요 확보는 문제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민경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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