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종합화학이 기업공개(IPO)를 진행한다. 한화는 지난 2015년 삼성그룹으로부터 한화종합화학을 인수했는데 당시 2021년까지 상장을 마무리하기로 약속했다. 상장 추진은 이 같은 배경 아래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실적이 다소 주춤했지만 2018년 투자한 미국 수소트럭 업체 니콜라의 지분가치가 크게 오르고 협업 가능성이 대두되며 몸값이 올랐다. 상장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김동관 한화솔루션(009830) 부사장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종합화학은 이날 외국계 증권사 등에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를 발송했다. 상장 목표 시장 등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으며 예상 기업가치를 제시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 상장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삼성·한화 빅딜로 한화 품에 안긴 한화종합화학은 폴리에스테르 섬유 원료인 고순도 테레프탈산(PTA)을 생산하는 화학물질 제조업체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6,319억원, 영업이익 2,005억원으로 전년(매출 1조8,670억원, 영업이익 4,430억원)에 비해 실적이 다소 주춤했다. 다만 한화에너지와 함께 1,200억원을 들여 투자했던 니콜라가 나스닥에 상장하며 지분가치가 약 20배가량 늘어 IB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미국에서 니콜라와의 사업 협업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한화종합화학이 IPO에 나선 것은 삼성과의 계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2015년 화학부문을 한화에 넘기며 일부 지분을 보유하는 대신 2021년까지 상장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상반기 기준 삼성물산이 지분 20%를, 삼성SDI가 4%를 보유 중이다.
한화종합화학의 상장 기업가치는 4조~5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아직 주관사 선정 단계로 증권사들이 기업가치를 제시하지는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과거 삼성과의 빅딜 규모 등을 따져봤을 때 조 단위 공모가 가능한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는 한화그룹의 승계 작업에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 세 명이 지분 100%를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은 자회사인 한화에너지를 통해 한화종합화학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에너지는 한화종합화학 지분 39.1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한화종합화학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에이치솔루션의 지분 가치 역시 높아지는 구조다. 에이치솔루션은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이 50%,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25%,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이 25%의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사실상의 가족회사다.
/김민석·박효정기자 se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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