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유동성 위기를 맞았던 대한항공(003490)이 ‘알짜’ 기내식기판 사업 매각을 통해 1조원 가량을 자금을 마련했다. 지난달 유상증자에 이어 기내식 사업 매각에도 성공하면서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맺었던 2조원 규모 자구계획도 조기에 달성하게 됐다.
대한항공은 25일 서울시 중구 대한항공 서소문 빌딩에서 이사회를 열어 국내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와 기내식기판 사업 ‘영업양수도계약’을 체결과 관련한 안건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영업양수도대금은 9,906억원이다.
이번 계약으로 대한항공은 한앤컴퍼니가 새로 설립하는 법인인 ‘한앤코18호 유한회사’에 기내식 사업을 양도하게 된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달 7일 기내식기판 사업 매각 추진을 위해 한앤컴퍼니에 배타적 협상권을 부여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세부 실사와 협의 과정을 거쳤다. 기내식기판 사업본부는 연 매출 규모가 2,000억원이 넘는 알짜 사업부 중 하나다.
대한항공은 또 기내식 및 기내면세품의 안정적 공급과 양질의 서비스 제공을 위해 신설법인 지분 20%를 취득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거래종결일 전 신설법인과 기내식 공급계약 및 기내면세품 판매계약도 맺기로 했다. 거래 종결까지 2~3개월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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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신설법인 지분을 취득은 한앤컴퍼니 측에서도 유리한 조건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이후 여객수요가 회복될 경우 가장 중요한 게 대한항공과의 기내식 공급 계약을 유지하는 것이다. 대한항공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거래조건을 구체화하는 향후 협상 과정에서 대한항공은 추후 지분을 되사올 수 있는 우선매수권 또는 콜옵션(Call-option), 혹은 한앤컴퍼니가 주식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매도 청구권, Put-option) 또는 조기상환청구권 등이 포함될 가능성도 높다.
일각에서는 한앤컴퍼니가 대한항공이 국내 항공업계 1위 사업자인 만큼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금 회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한편 기내식 사업 매각으로 대한항공은 지난 4월 1조2,000억원 규모 자금지원에 대한 대가로 채권단과 약속했던 2조원 자구안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대한항공은 지난단 1조1,270억원규모의 유상증자에 성공한 바 있다. 이번 매각 대금을 합하면 2조1,176억원의 현금을 마련한 셈이다.
또 대한항공은 추가 자본확충을 위해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등의 자산 매각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송현동 부지는 서울시와 매각 협상 중이지만 거래금액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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