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액이 얼마나 들지 생각하지 않고 현장에서 필요한 장비이기 때문에 병원 재원으로 개발했습니다.”
지난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는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도 어려움을 겪었다. 진료를 하면 약 8시간 동안 8~10명만 가능했기 때문에 쏟아지는 검사자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 그러자 김상일 원장은 아이디어를 냈다. 의료시설에서 쓰는 생물안전작업대에 생물 검체 대신 의료진이 들어가 검사를 하자는 것이었다. 의료진을 보호하면서 코로나19를 검사할 수 있는 획기적인 시도였다. 환자를 직접 다루는 의료현장의 지휘자였기에 낼 수 있는 아이디어였다.
문제는 이러한 시설을 설치하는 데 필요한 비용. 김 원장은 또 한번 결단을 내렸다. 비용은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개발부터 하자고 제안했다. 환자가 걸어가면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진단하는 ‘워크스루’는 이렇게 등장했다. 양지병원의 한 관계자는 “3월10일부터 검사 부스를 병원에 설치하고 운영을 시작했다”며 “금액은 공개할 수 없지만 병원 재원으로 개발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렇게 개발한 한국형 선별진료소 기술을 올해 5월 특허출원을 냈다. 그리고 석 달이 지난 이달 25일 특허청은 김 원장의 출원을 받아들여 특허로 등록한다고 밝혔다.
워크스루는 건물 외부에 마련된 장소를 도보로 통과하는 환자의 검체를 채취하는 진단방식으로 올해 코로나19가 확산된 후 우리나라가 처음 선보였다. 김 원장의 특허는 검체 채취용 장갑 위에 특수 고안된 일회용 장갑을 부착해 피검사자마다 장갑을 쉽게 교체할 수 있는 점도 특징이다. 의료진의 피로도를 덜고 안전성을 높여야 보다 빠른 검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고민이 담긴 제품이었다는 게 특허청의 설명이다.
김 원장 외에도 다양한 기업이 워크스루 특허를 출원했다. 이달 기준 특허출원 건수는 41건이다. 특허청은 4월부터 이들 워크스루 개발기업들과 공동 브랜드화 작업을 시작했다. 워크스루를 K방역 제품을 뜻하는 K워크스루로 이름 짓고 전 세계 표준화도 진행 중이다. 표준화의 일환으로 김 원장의 특허기술은 61개국에 공개된다. 김 원장은 최근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을 고사하고 있다. 의료현장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일이 최우선이라고 주위에 강조하고 있다. 양지병원 관계자는 “특허등록은 사업화를 위한 결정이 결코 아니다”라며 “미국 의료기관을 비롯해 스페인·아르헨티나 등 각국 관련 기관과 워크스루 기술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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