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디지털 화폐 도입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고위 당국자가 아직 도입 일정이 정해지지는 않았다며 시장의 눈높이 낮추기에 나섰다.
26일 신랑재경 등에 따르면 쑨궈펑 인민은행 통화정책국장은 전날 국무원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디지털 위안화(법정 디지털 화폐) 정식 도입에는 아직 (정해진) 시간표가 없다”며 “인민은행은 계속 디지털 위안화 연구와 시험 업무를 점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쑨 국장은 디지털 위안화 시험이 점진성과 안정성 원칙을 바탕으로 선전·슝안·쑤저우·청두 및 동계 올림픽 개최 예정지 등지에서 폐쇄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론적 신뢰성, 시스템 안정성, 간편성, 위험 통제 등에 시험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쑨 국장의 이번 발언은 최근 중국에서 법정 디지털 화폐 테스트 범위가 크게 넓어졌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미중 갈등 고조 속에서 ‘디지털 위안화’ 도입 일정에 속도를 내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 가운데 나왔다.
중국의 법정 디지털 화폐는 우선 자국 내 소액 현금 소비 거래를 대체할 예정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무역 결제, 해외 송금 등으로도 용처를 확대할 계획이어서 결과적으로 ‘달러 제국’에 도전하려는 중국의 새로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인민은행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통화 정책 기조와 관련해 온건한 화폐 정책 등 이른바 3대 불변 원칙을 제시하면서 경기 회복에 따른 급속한 통화 정책 기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천명했다. 쑨 국장은 “우리는 제로 금리나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하는 등 양적완화 통화 정책을 펴지 않았기에 소위 말하는 ‘출구 문제’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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