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 시장에서 식자재 유통은 낯선 시장이었다. 식자재는 손수레나 트럭으로 유통되는 업계에서도 ‘현금장사’쯤으로 치부됐다. 그도 그럴 것이 식자재 유통의 평균 유통 경로는 6단계.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서 과도한 마진이 붙는다. 식자재 품질보다는 과정이 돈을 먹는 구조였다.
2000년 9월 CJ제일제당 단체급식사업부와 식자재유통을 맡은 자회사인 삼일농수산이 독립해 ‘CJ푸드시스템’(CJ프레시웨이)이 설립할 당시 CJ그룹이 ‘웬 식자재유통’이라는 반응이었다. CJ프레시웨이는 소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던 식자재유통 시장에 위생과 안전 개념을 도입했다. 업계 최초로 매출 3조원을 돌파하며 업계 1위는 물론 ‘식자재유통=신선함을 배달하는 과학’이라는 인식을 심었다.
26일 한국식자재유통협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간(B2B) 식자재 유통 시장은 약 38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외형은 거대하지만 기업화 수준은 10% 남짓에 불과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는 보다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중요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밖에서 주된 시간을 보내는 학생, 회사원이 급식 등으로 어떻게 하면 보다 건강하고 안전한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에 대한 관심이 높다. CJ프레시웨이가 주목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종석 CJ프레시웨이 대표는 CJ프레시웨이는 식자재유통과 급식을 넘어 계약재배는 물론 송림푸드·제이팜스 인수, 중앙집중식 조리시설인 센트럴키친 준공으로 파종부터 제품화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원팩솔루션 시스템을 갖춰 식자재유통을 넘은 미래 먹거리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준비하고 있다.
◇급식도 반조리가 가능할까…센트럴키친으로 미래 먹거리 제시=문종석 대표는 지난 2016년 취임 당시부터 식자재유통의 미래를 가장 큰 화두로 제시했다. 학교와 사내 급식이 성장기를 넘어 정체기에 접어든 시기에 새로운 먹거리는 급식 1등 CJ프레시웨이의 고민이자 업계의 고민이기도 하다.
급식에도 전처리가 된 재료로 반조리 식품이 가능할까. CJ프레시웨이 센트럴키친은 이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CJ프레시웨이는 지난 6월부터 급식산업의 미래형 주방으로 각광받는 센트럴키친을 운영한다. 센트럴키친은 기존 급식장에서 필요했던 재료 손실과 복잡한 조리과정을 센트럴키친이 대신하게 돼 과거처럼 넓은 조리실 공간 대신 필요한 필수 공간만 갖추면 급식을 운영할 수 있다. 차세대 급식 주방 모델로 꼽히는 이유다. 센트럴키친은 단체급식 사업장에 제공하는 반찬류, 국, 탕을 대량으로 조리할 수 있는 시설로, CJ프레시웨이가 센트럴키친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센트럴키친 중부점은 대지 3,380평, 지상 2층 규모로 하루 약 25t 규모의 반찬류나 반조리 상품을 생산할 수 있다.
센트럴키친에서 음식물 전처리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개별 급식장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문종석 대표는 “현재 운영 중인 600여곳의 단체급식사업장에서 표준식단을 구성해 센트럴키친 상품을 중심으로 식단을 운영할 것”이라며 “병원, 실버 경로에 특화된 상품의 강점을 적극 활용하고 경로별 특성을 고려해 상품 품목을 200여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식자재시장에 위생이란 개념 심자…매출 급상승=CJ프레시웨이가 2000년 기업형 시스템을 앞세워 시장에 진출했을 당시 주먹구구 환경에서 체계적 시스템을 얘기하자, ‘돌연변이’로 여겨지는 분위기였다. 식자재유통 시장은 당시 안전성에 대한 중요도가 없었기에 양질의 상품보다는 저렴한 물건이 대우를 받았다. 유통 단계가 많다 보니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 보니 물건이 손실되는 일도 허다했다.
CJ프레시웨이는 2003년 전사자원관리시스템(ERP)을 적용하고 식품안전센터와 전국 주요지역에 물류센터를 설립했다. ‘싼 게 비지떡’인 시장에서 식품안전센터는 파격에 가까웠다. 식품안전센터는 안전성이 중요한 병원 급식 식자재 유통에 주효했다. 2007년 업계에서 처음으로 연세대학교 신촌 세브란스 병원 급식장에 식품안전관리기준(HACCP)을 취득했으며, 2010년 민간기관으로는 처음으로 노로 바이러스 검사기관으로 지정됐다. 지난해 2월에는 강남 세브란스 병원에서도 HACCP 인증을 받았다. 식자재 유통 시장에 안전이라는 개념을 만들자 성장세에 속도가 붙었다. 2005년 약 3,500억원이었던 매출은 2010년 1조원을 돌파, 2015년에는 2조원, 지난해에는 마의 3조원의 벽을 넘어섰다.
◇CJ프레시웨이가 만드는 실버식=CJ프레시웨이는 식자재유통과 급식을 넘어 실버와 키즈 먹거리를 들고 나왔다. 특히 시니어 먹거리를 위한 시장은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2018년에는 시니어 전문 식자재 브랜드 ‘헬씨누리’를 토털 푸드케어 브랜드로 통합·확장, 맞춤형 식자재 공급은 물론 영양식단, 서비스 컨설팅, 사회공헌 사업까지 아우르는 브랜드로 거듭난다는 포부다. 최근 재가방문요양 서비스 기업인 ‘비지팅엔젤스코리아’와 업무협약을 맺고 시니어 전용 ‘엔젤키트’ 개발에 나섰다.
키즈 식자재 시장도 선도하고 있다. 2014년 키즈 전용 브랜드 ‘아이누리’를 론칭하고 친환경·유기농 농산물 유통에 집중해왔다. 지난해에는 ‘아이누리 좋은 무농약 쌀’을 비롯해 채소와 과일, 잡곡류 등 친환경 농산물 30여 종을 추가하며 라인업을 확대했다. 단순 공급뿐 아니라 어린이 식문화 개선에도 앞장선다. 편식 개선 교육 프로그램인 ‘아이누리 채소학교’ 등 다양한 콘텐츠를 운영 중이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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