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를 바라보는 증권가의 시각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견고한 2·4분기 실적을 바탕으로 전기차와 수소차 등 ‘그린카’ 경쟁력도 인정받고 있다. 특히 미국의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주가가 연일 강세를 보이고 수소트럭업체 니콜라 역시 잠재력을 인정받자 현대차에 대한 눈높이도 덩달아 올라가는 모습이다. 지난 2014년 이후 박스권에 갇혀 있던 현대차의 주가가 재도약할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졌다.
26일 유진투자증권은 현대차에 대한 목표주가를 기존 18만원에서 20만원으로 11%가량 높여 잡았다. 목표주가 상향의 이유는 수소차와 전기차 사업 가치가 재평가됐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와 한화투자증권도 최근 현대차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다. 미래에셋대우는 현대차의 목표주가를 13만원에서 21만원으로 제시해 국내 증권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20만원을 넘은 목표치를 내놨으며 한화투자증권도 기존 12만원에서 66%나 상승한 20만원을 목표주가로 제시했다. 현대차는 이날 0.90% 오른 16만7,500원으로 장을 마치며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탔다. 11일 17만9,000원까지 오른 뒤 잠시 주춤했지만 다시 오름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최근 현대차에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는 이유는 세 가지다. 우선 2·4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와 비교해 이익 방어 능력이 뛰어났다. 하반기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차 출시 효과가 본격화되면 수익성은 더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래에셋대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영향을 배제한다면 2·4분기 영업이익률이 약 8%대로 최근 6년 동안 최고 수준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김민경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하반기 국내 내수 시장에서 성과를 거둔 신차들이 글로벌 주요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라며 “해외 시장 규모가 더 큰 만큼 글로벌 믹스 개선은 수익성에 지금까지보다 더 큰 효과를 야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기차와 수소차 등 그린카로의 전환 움직임도 현대차의 기업 가치를 높이는 요소가 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현대차의 전기차 판매량은 올해 11만대에서 내년 22만대로 2배 증가하고 수소차는 같은 기간 1만2,000대에서 2만대로 66% 늘 것으로 예상된다. 올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시장 내 점유율은 5.2%로 5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유럽에서의 점유율은 더 높다. 목표주가를 상향한 유진투자증권 역시 기존에 반영되지 않던 수소차 부문의 가치를 3조원으로 반영하면서 기대치를 높였다. 아울러 테슬라와 올해 상장돼 돌풍을 일으켰던 니콜라의 존재 또한 현대차에 대한 시선을 바꾸게 한 주요 원인이 됐다. 전기차와 수소차 사업 성장 전망이 두 기업의 주가를 끌어올린 요인이라면 현대차 역시 이들의 기준에 맞춰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장은 모처럼 긍정적 전망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현대차 주가가 6년여를 끌어오던 박스권을 탈피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 주가는 2014년 이전만 해도 주당 20만원선을 훌쩍 넘었지만 2014년 9월 20만원이 붕괴된 후 14만~16만원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전기차 빅사이클 진입 이후에는 전기차 부문 가치 재평가로 추가적인 주가 업사이드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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